세계 최초 발매된 3DTV '삼성 파브 C8000' |
예상한대로 2010년 디스플레이 업계는 '3D TV 바람'이 한창이다. 작년의 화두가 'LED 백라이트'와 '슬림 TV'였다면, 올해의 화두는 단연 '3D TV'다. 양적으로 따지자면 판매가가 크게 낮아진 LED TV가 대중화 되면서 전체 신장세를 이끌겠지만, 삼성, LG, 소니, 파나소닉 등 주요 가전사들이 기술과 마케팅 양 부분에서 전력투구를 하며 승부를 걸고 있는 것은 바로 '3D TV'다.
사실 3D 영상기술은 어제 오늘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다. 돌이켜보면 3D 영상 기술의 역사는 굉장히 길다. 문헌에 의하면 영사기가 개발되기도 훨씬 이전인 1838년에 이미 3D 영상을 만드는 'Wheatstone Mirror Stereoscope' 라는 장치가 고안된 적이 있다니 벌써 역사가 170년이나 되는 셈이다.
▲ 1838년에 만들어진 입체영상 장치. 현재의 스테레오스코픽 3D 영상과 기본원리가 같다. |
3D 입체 영상이라고 하면 많은 이들이 아직도 한 쪽은 빨간, 다른 한 쪽은 파란 셀로판지를 붙인 적청(赤靑)안경(애너글리프, Anaglyph)를 떠 올린다. 요즘 극장이나 TV에서 3D 영상을 볼 때 착용하는 안경도 같은 애너글리프 타입인 것으로 아는 이도 꽤 많다. 전혀 다르다. 애너글리프 방식도 1891년에 처음 개발되었다고 하니 100년이 넘은 유물이다. 물론 지금의 애너글리프 방식은 초기의 그것과는 많이 다르지만 그래도 지금까지도 애너글리프 방식은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니 대단한 일이다.
가끔 DVD나 블루레이 타이틀 중에 '3D Movie'라는 이름으로 발매되는 것들이 있다. 구입하면 대개 패키지 안에 예의 적청(赤靑) 형태의 애너글리프 안경이 포함되어 있다. 이것은 현재 거론되고 있는 3D TV 방식과는 다른 초기 형태의 3D로 간단히 말해 '다소 허접한 맛보기용 3D' 정도로 보면 된다.
요즘 거론되는 영화와 TV의 3D 기술은 대개 편광과 셔터글라스 두 가지 방식이다. 앞의 편광방식은 패시브(Passive), 뒤의 셔터글라스 방식을 액티브(Active) 방식이라고도 하는데, 현재 극장에서 상영하는 3D 영화는 대개가 편광 방식이고 가정에서 보는 3DTV는 편광과 셔터글라스 방식이 혼재 되어 있다. 하지만 가정용 3D TV의 대세는 셔터글라스 방식으로 굳혀져 가고 있다. 따라서 극장에서 쓰는 3D 전용안경과 3D TV에서 사용하는 3D 전용안경은 서로 다른 구조이고 호환되지 않는다. 즉, 극장 갔가 무심코 들고 온 안경이 있더라도 요즘 판매되는 3D TV에는 쓸 수 없다는 얘기다.
요즘 3D TV가 갑자기 대세가 된 것은 두 가지의 결정적 요인들이 묘하게 시기적으로 맞물리는 바람에 그렇게 된 것이다. 하나는 '120Hz Frame Rate 구현'이라는 기술적 요인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라는 산업적 요인이다.
편광방식이든 셔터글라스 방식이든 3D 입체영상에 대한 기술이나 회로 또는 제작 시스템이 개발된 지는 꽤 오래 되었다. 이미 2000년대 초반 KBS 등에서는 3D 시범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그러나 극히 초기의 실험단계 수준이었다. 일반 가정용 TV에서 쉽게 구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곤란했다. 그런데 DTV가 붐을 이루면서 TV의 프레임 레이트(Frame Rate) 작동속도가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 두께 23.9mm 초박형 설계는 여전히 놀랍지만 얇아질수록 TV 스피커 음질 저하는 피할 수 없다. |
해상도의 저하 없이 3D 영상을 제대로 보려면 셔터글라스 방식이 가능해야 한다. 그런데 셔터글라스 방식은 좌안용 프레임과 우안용 프레임을 번갈아 교대로 보내 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TV의 프레임 레이트가 최소 120Hz가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현재 방송 콘텐츠의 대부분이 60Hz 영상이기 때문이다. 3D TV는 좌안영상과 우안영상이 빠르게 교대되면서 비로소 한 개의 프레임을 형성하기 때문에 좌안 60Hz와 우안 60Hz가 합쳐져야 비로소 하나의 완성된 60Hz짜리 3D 영상 프레임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이는 실제로는 120Hz인 셈이다.
현행 Flat Panel 방식의 TV들은 2008년 경부터 120Hz 속도로 프레임 레이트를 뿌릴 수 있게 되었다. 3DTV를 염두에 두고 개발된 기술은 결코 아니다. 2D용 TV의 응답속도를 개선하고 영상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개발한 것인데 막상 120Hz가 보편적인 기술이 되자, 일각에서는 3D TV 이야기가 나왔다. 예전에는 아예 생각도 못했던 셔터글라스 방식이 어쩌면 이제는 별로 큰 추가적 비용 없이도 가능 하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래서 삼성, LG, 소니 등 가전사들은 각자 연구실에서 3D TV 시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즉, '120Hz Frame Rate 기술'이 곧 3D TV를 이끈 기술적 차원에서의 주 동인(動因)인 것이다.
그러나 3DT V가 이론적으로 가능했어도 불과 1년 전만 해도 이렇게 3D TV 바람이 갑작스레 불게 되리라고 짐작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안경 쓰고 본다는 불편함, 콘텐츠의 부족, 제작비 인상요인, 기술 규격의 미비 등의 요인 때문에 아직 세상에 선보이기에는 시기상조(時機尙早)라는 인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렇지만 이 인식을 단숨에 확 뒤바꿔 놓은 것이 바로 영화 '아바타'다.
'아바타'가 공전의 대히트를 거두면서 우선 할리우드부터 비상이 걸리기 시작했다. 32년 전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가 그때까지의 VFX(시각특수효과)의 개념을, 15년 전 픽사의 '토이 스토리'가 그때까지의 CG 개념을 확 바꾸어 패러다임 자체를 흔드는 전환점이 되었듯이,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는 3D로 할리우드의 패러다임을 흔들기 시작했다. 즉,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는 3D 비즈니스를 본격적으로 태동시킨 산업적 차원에서의 주 동인(動因)이 라 하겠다.
현재 국내에 3D TV를 내 놓고 있는 회사는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현대아이티 등 4개사다. 이 중 삼성과 소니 제품은 모두 셔터글라스 방식이고, LG는 초기 모델은 편광, 최신 모델은 셔터글라스인데 향후에는 셔터글라스 중심으로 갈 것이다. 한편 현대아이티 제품은 편광방식이다.
패널 방식으로 살펴보면 삼성은 PDP, Edge LED 백라이트 LCD 및 CCFL 백라이트 LCD 등 여러 유형의 모델을 모두 셔터글라스 방식으로 내놓았다. LG는 Edge LED 백라이트와 직하형 LED 백라이트가 각각 한 모델씩 있는데 전부 셔터글라스 방식이고, 편광방식 모델만 CCFL 백라이트 LCD이다. PDP 모델은 아직 없다. 한편 소니의 셔터글라스 제품은 Edge LED 백라이트 모델이고, 현대 아이티의 편광 방식 제품은 CCFL 백라이트 제품이다.
이번에 리뷰하는 모델은 이 중 삼성전자의 UN-C8000 모델이다. Edge LED 백라이트를 사용한 LCD TV로 240Hz 프레임 레이트를 지원하는 셔터글라스 방식의 3D TV다. 이제 삼성전자의 3D TV 모델 라인업을 다시 살펴보자.
6월 22일자 다나와의 조사자료를 참조할 때 판매 되고 있는 삼성전자의 3D TV 모델은 모두 7종이다. PN-B460과 PN-450 모델은 '깐느 460', '깐느 450'이라고 불렸던 모델로, 작년에 삼성에서 실험적 성격으로 만들어낸 첫 3D TV 기종이다. 풀 HD급이 아닌 1,280x768 해상도의 PDP TV였다. 필자가 처음으로 접해본 셔터글라스 방식 제품이었는데 아직도 이 제품이 판매되고 있는 줄은 몰랐다.
프레임 레이트에 대해서는 잠깐 언급을 하고 들어가야겠다. 삼성, LG, 소니, 파나소닉 등 주요 TV 제조업체들 간 걸핏하면 터져 나오는 논쟁거리가 바로 '프레임 레이트'이다. '숫자 뻥튀기'에 목숨 걸 듯 광고를 하다 보니 경쟁사보다 프레임 레이트가 뒤지면 참지 못한다. 어떻게든 프레임 레이트를 높이기 위해 별의 별 희한한 계산법을 다 쓴다. 나중에 프레임 레이트 수치를 산정하는 방식까지 뒤죽박죽이 되어 버린다.
위 자료에서 PDP는 120Hz, LCD는 240Hz로 프레임 레이트가 나와 있는데 실제 PDP TV 광고를 보면 480Hz, 600Hz… 등등 별 문구가 다 보인다. 이건 서브필드 프레임 레이트로, 일반적으로 말하는 필드 프레임 레이트하고는 다른 것이다. LCD와 동일 기준으로 적용하면 PDP의 프레임 레이트는 삼성, 파나소닉 모두 120Hz이다. 그런데 PDP 120Hz라고 해도 LCD 120Hz 하고 다르다. PDP는 반응이 LCD 보다 훨씬 빠르다. 따라서 PDP 120Hz가 LCD 240Hz 보다 훨씬 더 빠르고 잔상 없는 영상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숫자가 작으면 혹시 일반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당할까봐 PDP의 프레잉 레이트 수치가 실제보다 과장되어 있는 것이다.
삼성, LG 간 프레임 레이트 논쟁도 마찬가지다. LG는 예전부터 자신들의 직하형 LED 백라이트 모델에서 사용하는 '백라이트 분할 스캔' 방식을 프레임 레이트에 포함시켜 480Hz라는 숫자를 만들어 냈는데 그건 동일 기준에서 도출된 수치가 아니다(전에 LG LH93 LED TV 리뷰 때에 언급 했듯이 사실 '백라이트 스캔'을 프레임 레이트로 계산한다면 480Hz가 아니라 600Hz 또는 그 이상의 수치도 나올 수 있다. 이렇게 기준이 제 각기 달라서야 되겠는가). 동일한 필드 프레임 레이트 능력을 기준으로 하면 삼성, LG 모두 240Hz가 현재로서는 최고 스펙이다.
삼성 3D TV의 주력 모델은 C7000, C8000, C9000 LED 백라이트 모델들이다. 성능으로 따지면 PDP 제품인 PN-C7000도 한 몫 하지만, 역시 삼성의 주력이 LCD TV이다 보니 약간 한켠으로 물러난 모습이다. C7000은 올해 2월에 일찌감치 출시돼 '3D TV 돌풍'의 선도자 역할을 한 제품이다.
작년에 개봉되어 올 초까지 흥행 열풍을 이어 갔던 영화 '아바타' 3D와 올 6~7월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2010 남아공 월드컵' 3D 중계, 이 두 가지 대형 콘텐츠가 3D 열풍의 진원지라 할 수 있다. 전자가 멀리 있다고 느껴 왔던 3D 영상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면, 후자는 직접적인 매출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남아공에 가서 3D TV 촬영 및 중계 시스템을 설치해가며 전 세계에 3D TV를 널리 홍보하고 있는 것은 소니다. 그런데 정작 소니는 3D TV의 출시가 예상보다 늦어져 월드컵 특수의 효과를 거의 보지 못하고 있다. 출시 시기와 완성도 두 가지 측면에서 가장 효율적인 곳은 역시 삼성이었다. 올 상반기 전 세계 3D TV 매출은 압도적으로 삼성이 주도하고 있는데,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친 '월드컵 콘텐츠'를 제작한 소니에게 한 턱 내야 할 듯싶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이라는 속담이 생각난다. 하지만 소니는 컨슈머 시장 못지 않게 필름·방송 쪽 프로바이더 시장 쪽 마켓쉐어가 큰 회사라, 이번 월드컵 3D 중계를 통해 '3D 제작 및 중계 시스템' 쪽의 매출 증대 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2월에 출시된 C7000에 이어 3월에 C8000이 출시 되었고 5월에 가장 비싼 모델인 C9000이 출시 되었다. C7000과 C8000이 46인치와 55인치로 구성되어 있는 반면 C9000은 현재 55인치 모델만 출시된 상태이다. 세 모델 모두 Edge LED 백라이트를 사용하는 액티브 타입의 240Hz LCD TV다. 기능도 거의 같고, 기본 성능 스펙도 비슷하지만 디자인은 약간씩 다르다. 세 모델의 차이점을 간단히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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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화질 부분은 C8000과 C9000은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C7000은 두 모델과 동일한 회로가 아니다. 제조사 측에서도 C7000에 비해 C8000/C9000의 동적 해상도가 더 우수하다고 밝히고 있고 실제로도 그렇다. C7000이 글로벌 디밍인 반면, C8000은 Edge형 LED에서는 구현하기 쉽지 않은 로컬 디밍 방식인 'Spot Light Dimming' 기술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화질 부문에 더 점수를 줄 수 있다(물론 제한적인 로컬 디밍 방식이다). C8000과 C7000은 거의 동일한 외관인데, C8000이 알루미늄 베젤을 사용해 약간 더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두께는 두 모델 모두 23.9mm다.
가장 비싼 C9000 모델은 화질은 C8000과 동일하다. 그런데 두께가 '초 울트라 슬림'이다. 단지 8mm 밖에 되지 않는다. 새끼 손톱보다도 얇다. 두께를 이렇게 줄이려면 모든 부품을 별도로 설계해야 하니 원가가 많이 들었을 것 같다. 그래서 가격이 월등히 비싸다. 어쨌든 외관은 꽤 멋있다. 소니의 새로운 모놀로직 디자인과 삼성의 울트라 슬림 디자인, 올 시즌 흥미로운 디자인 대결이다.
C9000은 두께가 너무 얇아 C8000에서 채택한 'Spot Light Dimming' 기술은 포기했다. 집어넣을 공간이 없어서다. 따라서 어찌 보면 C8000의 화질 스펙이 더 높은 셈이다. 그러나 그렇게 말 할 만큼 'Spot Light Dimming'이 화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는 없다. 한 가지 더, C9000에는 올인원 터치 리모컨이 포함된다. 3인치 LCD 스크린을 별도로 갖춘 스마트폰 타입의 이 리모컨은 독립적으로 TV도 볼 수 있고, 여러 종류의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할 수도 있다. 유니버설 컨트롤도 가능하다. 그런데 필자가 듣기로는 C8000 모델도 이 리모컨을 별도 구입하면 호환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삼성 C9000의 Touch Control All-in-One 리모컨 |
C8000은 삼성전자의 3D TV 대표 모델이다. 가격이 저렴한 다른 Edge LED 제품도 많은데 굳이 C8000을 샀다고 한다면 이는 3D TV 기능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C8000의 리뷰는 3D TV로서의 성능이 중심으로 진행되어야 맞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직 3D 콘텐츠가 풍족하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 과연 3D 안경을 착용하고 TV를 보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어떤 분들은 C8000의 '2D→3D 변환 기능'을 염두에 두고, 3D 콘텐츠가 적더라도 3D 영상을 보는 시간은 꽤 많지 않을까 기대할 지 모른다. 이는 과도한 기대다. '2D→3D 변환 기능'은 가끔씩 3D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겸 재미 삼아 즐길 만한 그런 수준으로 삼아야 한다.
그렇다고 본다면 C8000을 통해 접하게 되는 대부분의 영상은 역시 2D 화면이다. 사실 C8000은 240Hz의 프레임 레이트에 'Spot Light Dimming' 기능까지 가지고 있는 최신형 Edge LED 백라이트 모델로, 2D 전용 TV로만 가늠해도 가장 앞서는 스펙이다. 그러나 두 가지를 다 자세히 다루기는 힘들다.
▲ C8000 3D TV에 동봉된 각종 케이블 및 젠더 |
3D 기술은 아직 초창기이고 3D TV를 경험한 이들이 많지 않아 설명해야 할 부분이 많다. 따라서 일단 포인트는 3D 쪽에 맞추기로 했다. 앞으로도 계속 3D TV, 3D 프로젝터들에 대한 리뷰를 진행하게 될 텐데 어느 정도 레퍼런스 가이드라인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부득이 2D 영상에 대한 리뷰는 분량을 크게 줄일 수밖에 없음을 이해하기 바란다.
무엇보다 3D 영상의 경우, 아직 정해진 표준 규격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제작, 전송, 디스플레이 등 각 분야별로도 규약화가 된 것, 안 된 것이 혼재되어 있고 ITU 표준 화질 규격 같은 것은 아예 꿈도 꿀 단계가 아니다. 이런 까닭에 평가기준을 세우기가 어렵고 부득이 주관적 요소도 개입될 수 밖에 없다는 점 또한 이해하기 바란다.
C8000과 C7000과 동일한 디자인으로 베젤의 두께를 줄인 슬림 타입이다. C8000은 알루미늄 베젤을 사용해 조금 더 메탈릭한 느낌을 주었다. 본체의 두께는 23.9mm다. 입출력단에는 전용 슬림 젠더가 사용된다. 4개의 HDMI 단자는 직접 꽂을 수 있지만 컴포넌트 입력, RF 안테나 입력, LAN 케이블 입력, 옵티컬 광단자 등은 직접 꽂을 수 없고, 동봉된 전용 젠더를 이용해 연결해야 한다. 본체가 얇아지면 스피커와 입출력 단자 설계 두 가지가 가장 큰 애로사항다. 본체의 무게는 46인치 기준 16.8kg. 성인 남자라면 혼자서 번쩍 들 수 있는 정도다.
▲ C7000 3D LED TV의 입출력 단자 모습 |
스탠드는 스위블 타입으로 좌우 회전이 용이하다. 본체의 'EX-Link' 단자와 스탠드를 케이블로 연결하면 리모컨을 이용해 전동으로 좌우의 각도를 바꿀 수도 있다. 후면에 돌출된 단자가 없어 벽걸이 형태로 사용해도 별 무리가 없다.
새로운 타입의 리모컨은 납작하고 세련된 타입인데, 모양도 예쁘고 캄캄한 곳에서도 찾기 쉽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영 못 마땅하다. 돌출된 버튼 타입이 아니고 평면에 쓰인 문자를 가볍게 눌러 주는 방식인데 감도는 좋지만 결정적으로 버튼과 버튼을 구별하기 어렵다. 특히 커서 키 쪽이 불편하다. 때로는 손가락의 감만으로 상하좌우 및 엔터 버튼을 옮겨가며 눌러야 하는데, 손가락에 느낌으로 잡히는 것이 없어 이게 힘들다.
▲ 버튼 위치 구별이 어려운 게 흠인 C8000 리모컨 |
또 커서 키와 엔터 키의 크기가 너무 작다. 특히 엔터 키는 자주 쓰는 키라 다른 키보다 조금 더 커야 하는데 이 점이 고려되지 못했다. 분명 엔터를 눌렀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 위의 키를 누른 셈이 되어 다시 돌아오는 일이 너무 빈번하다.
TV 기본 부속품에 스탠드와 3D 안경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별도 구매를 해야 한다. '3D TV인데 3D 안경이 기본 부속품에 들어 있지 않다니…' 하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3D 안경 부분은 가전업체로서도 참 애매하고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스러운 항목이다.
액티브 방식 3D TV에서 사용하는 3D 전용안경은 모두 셔터글라스다. 좌안과 우안 렌즈에 각각 셔터가 설치되어 있다. 안경 중앙부에는 TV 본체로부터 신호를 받는 IR 수신부가 있고, 우측에는 파워 관련 부품이 들어간다. 안경은 TV 본체의 IR 이미터( IR Emitter)가 1초에 120번 보내는 싱크 신호를 받아 좌안과 우안의 셔터를 교대로 닫았다 열었다 한다.
외관 상으로는 선글라스 안경이지만 사실은 아주 정밀한 전자제품이다. 하지만 얼굴에 착용하는 것이니 안경은 안경이다. 전자부에 대해서는 자신 있지만 착용감이나 디자인에 대한 것은, 삼성전자가 안경을 만들어 본 회사가 아닌지라 아마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던 것 같다. 그래도 지금은 초기 단계에 비해 성능과 착용감이 많이 개선된 편이다. 이건 LG전자나 소니도 마찬가지다. 계속적으로 안경의 착용감과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데, 렌즈나 착용감 파트는 전공사항(?)이 아닌지라 시행착오가 많다.
삼성의 3D 전용 안경은 SSG-2200AR, SSG-2100AB의 두 가지 모델이 있다. 2200AR은 USB 충전식으로 일반 안경 타입이고 2100AB는 건전지 교체식으로 고글 형태다. 평상시 안경을 착용하는 사람들은 그 위에 3D 안경을 덧쓴다는 것에 부담을 갖는다. 초기 제품들은 분명 그랬다. 최근 나온 2200AR과 2100AB는 이 점에서 많이 개선되었다. 2200AR은 테 안에 홈이 있어 안경 테를 끼울 수 있게 되어 있고, 2100AB도 안경 위에 걸칠 수 있게 되었다.
필자도 안경을 쓴다. 경험해 보니 2200AR이 2100AB보다 훨씬 편했다. 2100AB는 필자처럼 얼굴이 큰 사람은 조금 옥죄는 느낌을 준다. 반면 2200AR은 장시간 착용해도 그렇게 큰 불편을 못 느꼈다. 극장에서 착용하는 3D 안경(대개 편광 방식이다)의 경우 항상 작아서 불편했는데 그에 비해 2200AR은 크기가 꽤 넉넉한 편이다. 그래도 렌즈가 조금 더 컸으면 하는 생각은 든다. 몇 년 지나면 레이밴, 올리버 피플스 같은 안경 브랜드 회사에서 삼성, LG와 제휴해서 입체 안경을 만들어 내지 않을까?
▲ 왼쪽부터 USB 충전 타입 2200AR, 배터리 타입 2100AB, |
무게는 직접 재어보지 않아 모르겠다. 그러나 건전지 내장형태인 2100AB가 더 무거울 것이다. 2200AR은 USB 케이블을 통해 충전을 할 수 있고 2시간 충전하면 30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가격은 2200AR이 90,000원, 2100AB이 75,000원 쯤으로 2200AR이 더 비싸다. 한편 2200KR 모델이 따로 있는데, 2200AR의 아동용 버전으로 가격은 성인용 버전보다 더 싸다.
3D 안경의 품질이 3D TV의 화질에 영향을 미치느냐고 묻는다면 아직은 자신 있는 대답을 할 수 없다. 이제까지 테스트 해 본 3D 안경이 몇 종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몇 종들조차도 성능의 차이가 적지 않았다는 점은 말하고 싶다. 이 부분은 필자가 호기심을 가지고 본격적인 비교 테스트를 해보고 싶은 분야 중 하나다. 아무튼 현재까지는 3D 안경 중에서는 삼성 2200AR 모델이 가장 좋았다. 그런데 문제는 가격이 비싸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가족 수만큼은 사게 되니까 20~30만 원 추가 부담이 순식간이다. 그래서 가전사에서 안경을 기본 부속품에 넣지 않는 것이다. 가격부담 요인도 되거니와, 개수와 모델 타입의 선택권을 소비자에게 줘야 하기 때문이다.
Edge형 LED 백라이트는 구조 상 유니포미티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유니포미티는 스크린에 빛이 골고루 퍼지지 않거나, 균일하지 않은 색온도로 펼쳐지는 스크린 유니포미티와 가장자리 프레임 사이로 백라이트의 빛이 새어 나와 스크린을 들뜨게 만드는 빛샘 현상 두 가지로 구분하여 말 할 수 있는데, 요즘은 워낙 도광판(導光板) 만드는 기술이 좋아 Edge LED 백라이트 제품의 스크린 유니포미티가 오히려 직하형보다 더 좋게 느껴질 정도다. 문제는 빛샘 현상인데, 이는 어느 정도 약간씩은 다 가지고 있다.
작년에 소니가 처음 출시했던 Edge LED 제품이 이 빛샘 현상 때문에 조기에 다른 모델로 교체된 적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국내에 소니가 처음 출시해 얼마 전 필자가 리뷰를 했던 EX700 모델을 보니 빛샘 문제를 이제 거의 완벽히 해결했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만큼 기술들이 좋아지고 있는 것이다. 삼성은 Edge LED 백라이트 쪽에서 가장 앞서는 회사라 유니포미티나 빛샘 현상 부분에서 항상 좋은 평가를 받아 왔다.
▲ 삼성 3D TV 전용 셔터글라스는 크기가 작고 무게가 가벼워 착용감이 우수하다. |
이번 C8000 모델의 경우, 이제까지 필자가 접했던 Edge형 제품 중에서는 가장 우수한 유니포미티 성능을 보여 주었다. 삼성 TV들은 올 블랙 패턴이 들어오면 백라이트의 전원을 완전히 차단하는 '꼼수'를 쓰기 때문에 블랙 유니포미티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필자도 '꼼수'를 써야 한다. 패턴에 흰색 OSD 문자를 띄워 백라이트가 꺼지지 않게 한 상태에서 스크린을 살펴 보았다. 빛샘이 전혀 감지되지 않는다. 새기 쉬운 네 귀퉁이 쪽도 꼼꼼히 살폈지만 주변부와의 균일성에서 전혀 차이가 없다. 25%, 50% 그레이 패턴을 띄워 보았다. 역시 깨끗하다. 삼성의 첫 Edge LED 백라이트 제품인 B7000(2009년 모델)과 비교해 보았다. B7000은 블랙 패턴에서 좌우 하단 쪽에 약간의 빛샘 현상이 보인다. 그레이 패턴에서는 부분적으로 밝기의 균일도에 차이가 난다. 그러나 C8000은 거의 완벽하다. 그레이 패턴에서도 스크린 전체의 밝기의 균일도에 전혀 차이가 없다. 화이트 패턴에서는 B7000, C8000 모두 다 우수했으나 C8000이 더 깨끗한 화면을 보여 주었다.
블랙이 상당히 좋아졌다. 크리스털 블랙 패널을 사용했는데 반사형이어서 전원을 끈 상태에서 보면 번쩍거리며 정면의 사물이 반사되어 보인다. 반사형이 외관상 보기는 좋다. 그러나 영상에는 사실 무반사가 더 좋다. 사물의 반사 때문이다. C8000의 경우 막상 전원을 넣으면 반사가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다. 블랙 부분은 반사가 약간 눈에 띄나 일상적인 밝기의 계조 부분에서는 거의 반사가 신경 쓰이지 않는다. 한편 블랙의 깊이를 낮추는 데는 일조한 것 같다. 확실히 블랙이 이전모델보다 더 좋아졌다.
C8000은 'Global Dimming'과 'Spot Light Dimming' 기법을 동시에 적용한 첫 번째 제품이다. 'Spot Light Dimming'은 화면을 16개의 블록으로 나눠 간접적인 형태의 로컬 디밍을 한다는 개념인데, 사실 16개의 블록이라면 로컬 컨트롤서의 의미는 별로 없다. 오히려 서투르게 조정하면 화면을 더 어색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이런 점 때문에 기존의 글로벌 디밍을 함께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디밍을 기본으로 하되, 부분적으로 필요할 때 마다 로컬 디밍을 추가하면 확실히 효율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삼성의 크리스털 블랙 패널은 블랙의 깊이감이 무척 우수하다. |
C8000에는 '스피드 백라이트' 기술이 적용 되었는데 LED 백라이트를 끄고 켜는 속도가 과거보다 두 배 빨라졌다고 한다. 실제로 그런지는 확인한 도리가 없지만 빨라지기는 분명 빨라진 것이 맞다. 계조가 급격히 바뀔 경우 기존 제품은 반응 속도가 느려 밝기가 서서히 변했다. 그러나 C8000은 그 처리 속도가 확실히 빨라졌다. 그렇게 되면 블랙을 낮추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예전 모델처럼 영화의 엔딩 크레딧 장면에서 블랙 화면과 크레딧이 적힌 화면이 교차할 때 마다 화면이 꺼졌다 켜졌다 '난리 블루스'를 치던 현상도 없어졌고, 카멜레온 백라이트 기능을 사용할 때에도 반응이 빨라져 어색한 점이 많이 해소된다.
전체적으로 블랙은 확실히 좋아졌다. 빨라진 백라이트 컨트롤 능력, 글로벌 디밍에 로컬 디밍 기능 일부를 접목 시킨 점, 블랙 필터 패널의 성능 등으로 인해 개선의 효과를 본 것 아닌가 싶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직하형 LED 백라이트 모델이나 하이엔드 PDP 모델 수준의 블랙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정도 블랙 레벨이면 불을 끄고 DVD나 블루레이를 감상하더라도 별 문제가 없을 수준이다.
요즘 LCD TV는 예전보다 시야각 기술이 많이 개선되어 3~4명이 나란히 앉아 시청해도 가장자리 사람이 화질에 큰 불만을 갖지 않는다. C8000도 그렇다. 그러나 좀 더 엄격히 따지면 C8000의 시야각은 별로 좋은 편이 아니라고 말 할 수 있다. 각도가 20도 이상 벗어나면 비록 밝기는 크게 변하지 않지만 화면이 뿌옇게 되면서 색이 씻겨 나간다. 측면보다는 특히 상하의 시야각이 안 좋다. 앉아서 볼 때와 일어서서 볼 때의 화면이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같은 회사에서 모델들도 시야각 성능은 제 각각이다. 시야각이 패널의 종류에만 관계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백라이트의 종류, 디밍 방식, 본체의 두께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C8000이 채택한 스팟 라이트 디밍 방식이 시야각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지난 번 소니의 EX700 모델을 리뷰하면서 동적 해상도가 크게 개선된 것에 자못 놀란 적이 있다. Edge LED 백라이트 제품으로서는 가장 앞서는 수준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프레임 레이트가 120Hz이다. 이론적으로 240Hz가 120Hz보다 동적 해상도가 증가하는 것은 맞지만, 실제 체감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 기술자들의 중론이었다. 그런데 C8000은 보니 그렇지도 않다. C8000만이 아니다. LG LX6500도 마찬가지다. 모두 동적 해상도가 크게 개선되었다.
C8000은 지금까지 출시된 삼성 LCD TV 중 가장 뛰어난 동적 해상도 성능을 보여 주었다. 프레임 보간 모드인 MEMC 회로를 끄고, 순수한 상태에서 테스트 했을 때에도 C8000은 잔상과 순간 포커싱 능력에서 이전 모델보다 한 차원 높아진 성능을 과시했다. 물론 MEMC 기능을 켜면 18.5ppf의 빠른 움직임까지도 풀 HD 해상도로 잡아내지만 이 방식은 기기의 성능보다는 프레임 보간 기술에 더 좌우되므로 정확한 평가가 아니다. 그러나 MEMC 기능을 끈 상태에서도 12.5ppf 정도의 중간 정도의 빠르기도 그다지 어색하지 않게 표시했다. 잔상은 확실히 줄었다.
삼성의 홍보자료에 보면 CMR(Clear Motion Rate)라는 낯선 용어가 나온다. 자기네가 만든 신조어(新造語)다. 아마도 삼성, LG의 마케팅 부서에는 작명(作名)만 전담하는 팀원이 있음이 분명하다. 새 모델이 나올 때 마다 끊임없이 새로운 개념의 용어들이 탄생하는데 대부분이 허무맹랑하다. 삼성 측의 서명에 따르면 동적 해상도를 표현할 수 있는 단위를 스스로 만들었다고 한다. '240Hz 크리스털 블랙 패널과 스피드 LED 백라이트, 그리고 하이퍼 리얼 엔진이 조화를 이루어 동영상의 해상도를 획기적으로 향상 시켰는데, 이를 마땅히 표현할 단위가 없어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자사(自社)의 C7000은 720CMR, C8000/C9000은 960CMR이라고 밝혔다. 그 말을 그대로 들으면 C7000 보다 C8000이 더 동적 해상도가 높다는 이야기인데, 그것은 필자의 육안으로도 그렇게 보았다.
그런데 960이든 720이든 CMR이라는 개념 자체가 공인된 개념도 아니고 산출 방식도 불투명하다. 그냥 싹 무시해도 좋다. 그러나 C8000이 종래 모델에 비해 '획기적인' 정도는 아닐지라도 '괄목할 만큼' 동적 해상도가 개선된 것은 맞다.
이제야 비로소 해답을 찾았다. Motion Flow, Live Scan, Auto Motion Plus 등 MEMC(Motion Estimation & Motion Compensation) 회로를 일컫는 명칭은 회사마다 제각각이다. 통칭(統稱)하자면 '프레임 보간 회로'라고 부를 수 있겠다. 줄곧 말해 왔듯이 프레임 보간은 안 쓰는 것이 정답이다. 프레임 보간을 사용하면 동적 해상도가 증가 한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단점은 백만 가지도 넘는데, 그 중 가장 큰 단점 두 가지는 첫째, 영상이 자연스럽지 못한 이상한 그림이 되기 쉽고, 둘째, 명암대비가 뚜렷한 경계선 부분이 겹쳐지고 지저분해지는 'Data Broken Artifact'가 생긴다는 점이다. 따라서 원칙은 쓰지 않는 것이 맞다.
그러나 제한적으로는 쓰임새가 있기도 하다. 실사가 아닌 애니메이션, 저더(Judder)가 심하고 떨림이 많은 소스, 잔상이 너무 심해 필요한 텍스트를 읽을 수 없는 영상 등에서는 유용한 측면도 있다. 삼성의 경우, 사용자 조정을 통해 '잔상 제거'와 '화면 떨림 제거' 수치를 사용자가 임의로 조정할 수 있게 했다. 소스의 종류에 따라서는 'Auto Motion Plus' 기능을 완전히 끄기 보다는 '떨림'을 2, '잔상'을 2~3 정도 놓고 보는 것이 더 자연스러울 때도 있다. 그러나 역시 안 쓰는 것이 원칙이다. 특히 블루레이로 고해상도 필름 소스를 시청할 때에는 'Auto Motion Plus' 기능을 완전히 끄는 것이 정답이다.
그러나 사족(蛇足) 같던 MEMC 기능이 정작 그 빛을 발휘하게 된 것은 3D 영상 부분이다. 나중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Auto Motion Plus'는 2D에서는 득(得)보다 실(失)이 더 많지만, 3D에서는 실(失)보다 득(得)이 압도적으로 더 많다. 3D 영상에서 눈에 피로를 주는 주 요인 중 하나인 '뎁스 모션 저더(Depth Motion Judder)'를 현저히 없애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삼성의 'Auto Motion Plus'는 3D 영상에서는 2D와 다른 알고리즘을 채택하고 있다. '꺼짐', '선명하게', '중간'은 동적 해상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부드럽게'와 '사용자 조정'은 모션 저더를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중 필요한 것은 모션 저더를 감소시키는 기능이다.
3D 영상을 평가할 때에는 2D와 다른 몇 가지 추가적 요인들을 염두에 둬야 한다. 3D 영상은 지금 극히 초기 단계다. 제작 기술이나 장비, 콘텐츠나 디스플레이 기술도 아직 초기 단계고 발전하는 단계다. 따라서 영상을 평가하는 확고한 표준 규격도 정해져 있지 않다.
셔터글라스 안경의 예를 들어보자. 렌즈나 셔터에 대한 기술 기준이나 화질 평가 기준이 없다. 셔터글라스가 아닌 일반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보아도 밝기가 감소하고 색온도와 색좌표가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표준 영상 규격에 맞춰 TV를 세팅해 놓고 블루레이를 감상하겠다고 자리 잡고 앉은 사람이 선글라스를 낀 채라면 코미디 아니겠는가? 더구나 셔터글라스는 단순한 선글라스가 아니다. 밝기도 줄지만 좌우 프레임을 교대시키기 때문에 그로 인해 화질 상에 어떤 변수가 생기는지 아직 알 수 없다.
▲ C8000의 측면 이미지. 스탠드를 제거하면 액자처럼 벽에 걸 수 있다. |
렌즈의 종류에 따라 색상이 크게 왜곡될 수도 있다. 아마 감마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색온도도 안경에 따라 다르게 측정될 수 있고, 전체적인 밝기가 줄어드니까 당연히 그레이스케일도 달라질 것이다. 무엇보다도 셔터글라스를 착용한 상태에서 보는 3D 영상의 밝기가 몇 칸델라 정도가 정상인지 연구된 바도 없다. 한 마디로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초보 상태에서 '장님 코끼리 더듬듯' 하나 하나 맞춰 나가고 있는 형편인 것이다. 따라서 3D 영상에서 색온도와 감마, 색좌표를 평가하는 작업은 시기상조(時機尙早)라고 여겨 아예 빼기로 했다. 그러나 밝기와 계조 등과 같이 육안으로도 어느 정도 평가가 가능한 항목은 포함시켰다.
더불어 3D 영상은 2D 영상에서는 고려되지 않는 몇 가지 추가적 사항들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입체감과 관련된 단서들이다. 뎁스 정보의 정확성, 배열과 샷 거리의 적절성, 3D 스크립팅과 같은 제작 상의 문제, 그리고 중심부와 주변부 뎁스 표현의 일관성 같은 디스플레이의 문제들이 여기에 속한다. 둘째는 자연스러움에 관한 단서들이다. 부피감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또 색조의 변질 문제, 계조능력이 떨어지는 문제 등도 아울러 다뤄져야 한다. 셋째는 휴먼팩터(Human Factor)와 관련된 요소들이다. 어지러움, 어른거림, 장시간 시청에 따른 피로도 등이다. 마지막은 기술적, 물리적 아티팩트 단서들이다. 가장 대표적인 크로스 토크 현상을 비롯해 플리커링, 컨버전스의 문제, 더 나아가 전송률과 해상도, 코덱에 따른 아티팩트까지도 모두 아우르는 요소들이다.
이렇게 대충 정리하고 보니까 3D 영상도 하나하나 체크해 가면서 따져봐야 할 항목이 꽤 많다. 지난 몇 개월 3D 영상을 집중적으로 테스트하고 분석하다 보니 나름대로 따져봐야 할 핵심 포인트들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한다. C8000을 비롯해 앞으로 리뷰하게 될 3D TV 모델들은 모두 이들 단서들을 짚어가며 평가해 볼 요량이다.
우선 밝기의 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3D 영상은 셔터글라스 안경을 착용하고 시청하기 때문에 당연히 밝기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일반적인 LCD TV의 경우, 나안(裸眼) 상태에서 최적의 밝기는 120~180 칸델라(㏅/㎡)이다. 요즘 출시되는 LCD TV는 대개 300~400 칸델라를 훌쩍 넘기는 밝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평론가들은 좋은 영상을 위해서는 밝기를 줄이라고 항상 말한다. 그래서 “선명한” 모드보다 “영화” 모드, 또는 “표준” 모드에서 백라이트 숫자를 줄여서 사용하라고 권한다. 그런데 3DTV는 상황이 그렇지 못하다. 아래 표를 보자.
C8000은 늘 그렇듯 '선명한', '표준', '내추럴', '영화'의 네 가지 영상 모드를 제공한다. 일반적으로 화질 신경 안 쓰고 볼 때에는 '표준' 모드가 무난하고, 조명을 어둡게 하고 블루레이 같은 고화질 소스를 즐길 때에는 '영화' 모드를 선택하면 된다. 그래서 '영화' 모드는 디폴트 값도 140 칸델라 정도로 책정되어 있다.
그런데 3D 영상이 입력되거나 '2D→3D 변환' 기능이 작동되면 C8000은 무조건 영상 모드가 '표준' 모드로 바뀐다. 단, 2D 때의 '표준' 모드가 '백라이트 14-명암 100'의 디폴트 값을 갖었던 반면 3D 때의 '표준' 모드는 '백라이트 20-명암 80'으로 값이 약간 달라진다. 그런데 3D 모드 상태에서도 C8000은 화질 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상태에서 다시 조정할 수도 있다.
위 표는 각 모드별로 100% White의 밝기를 측정한 값이다. 위의 네 가지 모드는 2D 모드이고, 맨 아래 3D(표준)으로 표시된 모드는 3D(표준) 모드에서 셔터글라스 안경을 착용하고 측정한 밝기다. 보다시피 밝기가 엄청나게 떨어진다. 안경을 착용한 상태에서 '3D 표준'모드의 밝기는 68㏅/㎡에 불과하다. 2D 영상을 나안(裸眼)으로 보는 것의 거의 1/3~1/4 수준이다.
그러나 LCD TV가 워낙 밝다 보니 상대적으로 그렇지, 사실 이쯤이면 그렇게 허무맹랑한 값은 아니다. PDP의 경우, 화면 상의 평균 밝기(APL)에 따라 최대 밝기가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는 편인데, 대개 50~150㏅/㎡ 사이를 왔다갔다 한다. 그러니까 C8000에서 3D를 셔터글라스 안경을 쓰고 보는 수준은, PDP 화면을 다소 어둡게 해 놓고 2D를 보는 수준과 비슷하다.
불을 완전히 끄고 시청하는 투사형 프로젝터의 경우 50㏅/㎡ 이하가 보통이고, CRT 프로젝터의 경우는 40㏅/㎡를 넘지 않는 것이 권장 값이다. 그러나 3D TV의 경우는 좀 다르다. 투사형 프로젝터는 보통 100인치 이상이지만 필자가 테스트한 C8000은 46인치다. 게다가 C8000은 불을 끄고 외광을 차단한 상태에서 보는 성질의 디스플레이 기기가 아니다. 만일 C8000을 그런 환경에서 본다면 68㏅/㎡라고 해도 그리 아쉬울 것은 없다. 그러나 환한 대낮에 보려고 하면 상대적으로 밝기가 떨어져 어둡다는 느낌을 버리기 힘들다. 이렇게 되면 입체 효과도 떨어진다. 따라서 3D 영상은 가급적 실내 조도를 낮추고 시청해야 더 효과가 있다는 점을 숙지해야 할 듯하다.
그런데 C8000은 사실 3D TV 중에서는 가장 밝은 편이다. 동사(同社)의 3D PDP 모델보다는 월등하게 밝은 편이고, 경쟁사인 LG의 LX6500 모델보다도 확실히 밝다. 사실 3D 영상이 어느 정도 밝기를 가져야 적절한지는 아직 표준이 정해진 바 없다. 그러나 밝기는 3D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다.
▲ SRS, 돌비 디지털, DTS 같은 사운드 관련 로고를 붙인 전면부. |
3D 영상을 테스트 하면서 깨달은 중요한 포인트 한 가지는 3D 영상의 입체감과 밝기, 크로스 토크와 계조 표현력 이 4가지 요소들은 서로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화면이 밝으면 입체감이 증대한다. 그러나 더불어 크로스 토크도 증가한다. 크로스 토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계조의 범위를 좁혀야 하고, 이에 따라 계조 표현력이 안 좋아지기 쉽다. 당연한 얘기지만 계조 또한 밝기가 너무 높아도, 너무 낮아도 좋지 않은 영향을 받는다. C8000의 3D 화질을 이런 맥락에서 짚어보자.
C8000은 다른 3D TV들보다 밝기가 좋은 편이다. 따라서 입체감에서는 LG의 LX6500, 삼성 자사(自社)의 PDP PN-C7000 등 타 모델들 보다 한 발 앞선다. 순수히 뎁스 효과 한 가지만 따지자면 C8000이 현재로서는 최강이다. 그런데 밝기가 높으면 크로스 토크가 증가한다. 크로스 토크를 발생시키는 요인은 매우 다양하다. 그 중 밝기가 절대적인 요소는 결코 아니다.
가장 큰 요인은 디스플레이 기기의 응답속도다. 응답속도가 빠른 PDP는 LCD TV보다 크로스 토크 현상이 현저히 적다. 3D TV가 AMOLED로 개발된다면 아마도 크로스 토크는 전혀 안 보일 가능성이 크다. 둘째는 3D 소스의 뎁스 스크립트 구성 방식이다. 유난히 크로스 토크를 많이 발생시키는 장면들이 있다. 색 대비가 극한적일 때 그렇고, 보색관계일 때도 그렇다. 인접한 사물 간의 뎁스 정보가 서툴게 겹쳐지면 또 그런 현상이 일어난다.
제임스 카메론이 "3D 영상은 매우 치밀하고 섬세한 작업"이라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투르게 '2D→3D'로 사후 변환되었거나 노하우가 축적되지 않은 초기 단계에서 만들어진 3D 영상들은 유난히 크로스 토크가 심하다. 이런 작품들을 우리는 뎁스 스크립트(Depth Script) 구성 능력이 떨어진다고 말 할 수 있다.
세 번째가 밝기다. 그러나 선후(先後) 관계는 분명히 따져야 한다. 밝기 때문에 크로스 토크가 일어나지는 않는다. 더 증대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밝으면 크로스 토크가 조금 더 잘 보이는 것이다. 크로스 토크는 피사체의 윤곽선 주위에 반투명한 띠의 형태로 나타난다. 영상에서 쓰이는 고스트(Ghost) 용어를 아는 이는 그것을 떠올리면 된다. 이렇다 보니 밝으면 크로스 토크 에러가 더 잘 보일 수 밖에 없다.
C8000도 크로스 토크는 꽤 보이는 편이다. 동사(同社)의 PDP에 비하면 확실히 드러나게 크로스 토크가 많아 보인다. 대신 PDP보다 밝기 때문에 입체효과가 더 두드러진다. LG의 LX6500 모델과 비교하면 더 밝지만 오히려 크로스 토크가 적은 편이다. C8000도 크로스 토크가 꽤 보이는 편이지만 LG LX6500이 워낙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흐름에서 벗어나지만 여기서 잠깐 크로스톡에 대해 언급하고 들어가자. 크로스 토크(Cross-Talk 또는 X-Talk)라는 용어는 3D 영상을 평가할 때 가장 자주 나오는 단어다. 따라서 이 개념을 확실히 알아두는 것이 좋다. 셔터글라스 방식은 좌안 영상과 우안 영상이 1/120초 간격으로 교차되면서 뇌 속에서 하나의 영상으로 합쳐짐으로써 입체적 이미지를 만드는 방식이다. 그런데 LCD TV는 응답속도가 느리다. 일반적인 2D 영상에서도 앞 프레임 영상의 끄트머리가 다음 프레임 영상에 살짝 겹쳐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이를 흔히 '잔상'이라고 부른다. 프레임 레이트가 높아지고 패널이 개선되어 최근의 LCD TV는 잔상이 많이 줄었다. LED 백라이트를 사용하는 것도 잔상을 줄이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그러나 여전히 잔상은 꽤 존재한다.
크로스 토크는 좌안 프레임과 우안 프레임 사이에 존재하는 잔상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것은 일반적인 잔상과는 형태가 다르다. 좌안에만 보여야 할 정보가 우안에, 또는 우안에만 보여야 할 정보가 좌안에 보이는 것인데, 뇌에서는 좌우안 정보를 하나의 이미지로 합쳐서 떠올리므로 결국 '잔상'이 아닌 윤곽선 주위의 띠(Ghost)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일반적인 고스트는 사물의 윤곽선 바로 옆에 나타나지만, 크로스 토크는 뎁스의 정도에 따라 입체감을 크게 준 피사체는 윤곽선에 멀리 떨어진 곳에, 입체감을 적게 준 피사체는 윤곽선 바로 옆에 띠가 생긴다. 이 점이 일반적인 고스트와 다른 점이다. 3D 영상을 경험하지 못한 이는 아래의 스크린 샷을 통해 이해를 하기 바란다.
위 스크린 샷은 크로스 토크의 대명사(?) 스카이라이프 3D 시험방송의 한 어린이 프로그램을 찍은 영상이다. 스카이라이프는 국내 최초로 3D 시험방송을 몇 달째 실시하고 있는데 'Side-by-Side' 방식이라 해상도가 떨어지는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아직 초창기라 그런지 프로그램 선택이 영 신통치 않다.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을 자주 틀어주는데 그 만든 수준이 대단히 조악하다.
위 작품은 스카이라이프나 C8000의 문제가 아니라 프로그램 자체가 근본적으로 크로스 토크를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위 스크린 샷을 클릭해서 확대해 보면 상단 샷에서는 갑각류 괴물의 더듬이 주위에서 하얀 띠 두개를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게 크로스 토크다. 그런데 긴 더듬이의 크로스 토크는 멀리 떨어져 있고 짧은 더듬이의 크로스 토크는 상대적으로 가깝게 떨어져 있다. 뎁스의 차이 때문이다. 입체영상으로 보면 짧은 더듬이가 앞쪽에, 긴 더듬이가 뒤쪽에 자리 잡는다. 그래서 크로스 토크의 위치도 달라진 것이다. 정지 영상에서 저 정도인데 빠르게 움직이면 어떨까? 상당히 신경이 거슬린다. 꼬맹이들이 입체 안경 쓰고 저 애니메이션을 보려고 한다면 부모들은 대개 말릴 것 같다. 아래 용이 나오는 장면에서도 꿈틀대는 용의 몸 주위로 역시 크로스 토크 에러가 형성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번에는 현재 출시된 유일한 3D 블루레이 디스크인 '몬스터 vs 에일리언'에서 두 개의 신을 뽑아보자. '몬스터 vs 에일리언'은 앞서의 스카이라이프 프로그램보다 훨씬 더 정성들여 만든 3D 데모용 작품이다. 그런데 아직 3D가 초기 단계이다 보니 제작자가 '테마파크 마인드'를 완전히 버리지 못했다. '테마파크 마인드'는 필자가 만들어낸 조어(造語)다. 테마파크에서 상영하는 3D 입체영화는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해줘야 할 의무가 있어서 '돌출 효과'와 '원거리 깊이 효과”를 상당히 많이 넣는다.
정상적으로 포커싱이 머무는 지점을 0 라고 했을 때 뎁스를 이보다 적게 주는 것을 '네거티브 뎁스', 이보다 많이 주는 것을 '포지티브 뎁스'라고 하는데, 네거티브 뎁스를 심하게 주면 '돌출 효과'가 나오고, 포지티브 뎁스를 심하게 주면 '원거리 깊이 효과'가 나온다. 보통의 영상에서는 둘 다 바람직 하지 않다. 제임스 카메론이 '아바타'를 끝낸 뒤 한 인터뷰에 보면, 관객이 지나친 '돌출감'과 '깊이감' 때문에 피로감이나 혐오감을 갖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부분이 나온다. 그러나 테마파크 관계자라면 오히려 이런 효과를 즐길 것이다. 그래서 테마파크 마인드라고 짐짓 일컬은 것이다. '몬스터 vs 에일리언'을 극장에서 IMAX 3D로 관람했었는데 그때도 약간 '테마파크 마인드' 느낌을 받았다. 이런 점도 크로스 토크를 증가시키는 요인이 된다.
아래 스크린 샷을 보자 비행물체의 주변에 크로스 토크가 보인다. 날개 끝 부분의 크로스 토크가 왼쪽(공중)이 아니라 오른쪽(날개 안쪽)으로 형성되는 바람에 날개 안쪽의 쉐이드를 방해한다. 존재하지 않아야 할 계조가 형성된 셈이다.
아래는 위 스크린 샷의 2D 오리지널 화면이다. 위 화면과 비교하면 비행물체가 한결 깨끗하고 단정한 것을 알 수 있다(사진을 크게 확대해서 보면 더 확연히 구별된다).
크로스 토크가 보이는 스크린 샷은 카메라 렌즈에 셔터글라스 안경의 왼쪽 렌즈를 씌우고 찍은 것이다. 따라서 입체 영상을 볼 때 왼쪽 눈에 보이는 장면인 셈이다. 그런데 실제 입체 영상은 양쪽 눈을 다 사용한다. 우안 영상에도 저런 식으로 크로스 토크가 나타나게 된다. 다시 말해 실제 위 화면은 우리가 실제 보게 되는 크로스톡의 절반 정도만 보여 주고 있다는 얘기다(어쩔 수 없다. 필자의 카메라가 렌즈가 두 개 달린 입체 카메라가 아닌 이상…).
샷 하나만 더 보자. 아래 영상을 보면 인물 주변과 낙하산 띠 주변에 고스트가 보인다.
아래 사진은 위 샷에서 인물 부분을 확대한 사진이다. 확대해 보니 두 인물 주변의 크로스 토크가 더욱 확실하고 뚜렷하게 보인다. 대개 크로스 토크는 이런 식의 형태로 나타난다.
아래는 3D 기능을 OFF 시키고 2D 상태로 재생했을 때의 크로스 토크가 없는 영상이다. 위 화면과 각기 대조해서 살펴보자.
다시 C8000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이해를 돕기 위해 앞서 크로스 토크에 한 단락을 할애 했지만, 크로스 토크는 C8000만의 문제는 아니다. 모든 3D LCD TV의 공통적인 과제다. 셔터글라스 방식이 가능하게 된 것은 120Hz 프레임 레이트 기술이 구현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120Hz로는 택도 없다. 이론적으로는 좌안 60Hz, 우안 60Hz를 1/120초 간격으로 교대하면 될 것 같았는데 막상 만들어 놓고 보니 이 크로스 토크 문제 때문에 어지러워서 영상을 볼 수 없는 지경이었다.
편광방식이라면 크로스 토크가 없기 때문에 120Hz도 무방하다(대신 수직 해상도가 떨어진다). 그러나 셔터글라스 방식이라면 적어도 240Hz는 되어야 크로스 토크를 '용납할 수 있는 수준' 으로 낮출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래서 삼성, LG, 소니 등 주요 가전사들은 서둘러 3D TV의 프레임 레이트를 240Hz로 높였다. PDP는 경우가 다르다. PDP는 기술적으로 현재 240Hz 프레임 레이트를 만들 수 없다. 그런데 굳이 그럴 필요도 없다. PDP는 반응속도가 빠르다. 따라서 120Hz 라도 LCD 240Hz 보다 크로스 토크가 월등히 적다. 그러나 PDP는 120Hz 구현도 사실 용이하지 않다는 문제 또한 존재한다.
삼성, LG, 소니의 240Hz LCD TV들은 실제 영상 프레임은 120 프레임만 내보낸다. 좌안 60 프레임, 우안 60 프레임이다. 그리고 좌안과 우안 프레임 사이에 블랙 프레임을 하나씩 섞는다(엄밀히 따지면 '프레임'이 아닌 '필드'인데 일단 여기서는 프레임이라고 하자). 즉, '좌→블랙→우→블랙→좌→블랙…' 이런 식이다. 한 프레임이 차지하는 시간은 1/240초. 하나의 정상적 프레임은 '좌→블랙→우→블랙'의 네 프레임이 합쳐져서 형성되므로 1/60초, 즉 초당 60 프레임이 되는 셈이다. 곧바로 '좌→우'로 넘어가지 않고 중간에 블랙이 한 프레임 끼게 되면 좌안 영상의 잔상이 우안으로 넘어가는 양이 적어지게 된다. 이 때 입체안경은 여전히 120Hz의 주파수로 싱크가 된다.
따라서 우리가 실제로 보는 영상은 우안이 닫히고 좌안만 켜진 상태에서 1/120초 동안 영상이, 1/120초 동안 암흑의 블랙이 보이고, 안경의 싱크 신호가 바뀌면서 좌안의 셔터가 닫히고 우안 영상 1/120초, 블랙 영상 1/120초가 우안에 보이는 식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크로스토크의 양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 이 방식은 주요 가전사들이 모두 채택하는 방식이다. 말이 쉽지, 사실 구현하기가 결코 쉽지 않은 기술이다. 여기서 성능 차도 꽤 난다. 아무튼 이런 까닭에 셔터글라스 방식의 LCD 3D TV는 반드시 240Hz 이상이어야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그런데 그럴듯 한 이 방식에도 불가피한 문제점이 따라 붙는다. 블랙 필드가 들어가면 당연히 밝기가 반으로 줄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플리커링 문제다. 블랙 필드가 1/120초 간격으로 삽입되기 떄문에 당연히 플리커링이 감지될 수밖에 없다. 개인차가 있다. 어떤 이는 긴듯 아닌듯 잘 못 느끼기도 하고, 어떤 이는 "왜 이렇게 번쩍번쩍 거리지?" 하고 신경을 많이 쓰는 경우도 있다.
플리커링은 꼭 블랙 때문은 아니다. 1/120초 간격으로 셔터가 닫혔다 열렸다 하기 때문에 생기기도 한다. 즉, "셔터"와 "블랙 필드" 두 가지가 주요 원인이다. 그러나 블랙 상태에서 셔터가 교체되기 때문에 두 가지가 누적되어 플리커링 효과를 더 증대시키지는 않는다. 아무튼 3D TV에서는 이 플리커링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
삼성의 C8000 역시 플리커링이 있다. 그런데 플리커링은 밝으면 더 눈에 띄게 마련인데 C8000은 3D TV로서는 가장 밝은 편인데도 플리커링은 오히려 적은 편에 속했다. 오히려 크로스 토크는 신경 쓰였지만 플리커링은 민감하지 않으면 잘 모르고 넘어갈 수준이다. 그러나 소스에 따라 플리커링은 차이가 크다. 또 60Hz 방송 소스보다 24Hz 필름 소스가 불리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영상을 평가할 때 저더(Judder)라는 용어가 꽤 많이 쓰이는데 의미가 잘 못 전달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포괄적인 의미의 '저더(Judder)'와 보다 좁은 의미의 '모션 저더(Motion Judder)'가 같은 의미로 혼용되기 때문이다. 'Judder'는 기본적으로 영상이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고 부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그 중에서도 앞 프레임과 뒷 프레임이 부드럽게 이어지지 않고 "툭툭 끊어졌다 다시 이어지는 것처럼 되는 것"을 'Motion Judder'라고 한다.
이는 정지영상에서는 전혀 구별이 안 간다. 서서히 움직이는 영상에서 주로 느끼게 된다. 그러나 24 프레임의 필름 소스를 2-3 풀다운을 통해 30 프레임(60Hz)으로 변환함에 따라 나타나는 저더는, 툭툭 거리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동일하게 1/2.5초 간격으로 움직여야 할 프레임들이 한 프레임은 1/2초, 다음 프레임은 1/3초 식으로 균일하지 않게 움직이는 것에 따른 '부자연스러움'을 말한다. 즉, 필름을 2-3 풀다운 처리하는데 따른 저더라서 혹자는 '필름 저더'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옳은 용어는 아니다. 필름 저더는 1080/24p의 블루레이 필름 소스를 120Hz 또는 240Hz의 프레임 레이트를 가진 LCD TV에서 트루 레이트(True Rate) 모드로 감상하면 사라진다. 동작의 움직임은 일단 균일해진다. 그러나 24장 밖에 되지 않는 필름 소스를 120 프레임으로 바꾸면서 생기는 동작의 불연속성, 즉 뚝뚝 끊기는 듯한 느낌은 여전하다. 'Motion Judder'는 여전히 존재 한다. 'Motion Judder'를 없애는 한편 프레임 간의 잔상을 줄이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앞서 말한 MEMC 회로다. 삼성에서 'Auto Motion Plus'라고 명명한 '프레임 보간' 모드를 말한다. C8000은 240Hz이기 때문에 명칭도 'Auto Motion Plus 240Hz'이다.
필자는 프레임 보간 모드에 항상 비판적인 편이지만 3D 영상에서는 적극 채용을 권장한다. 어차피 3D 영상은 '표준 영상'과는 거리가 멀다. 'Stereospics'라는 3D 이미지를 만드는 방식 자체도 사실 따지고 보면 '짝퉁'이다. 더불어 기술적인 제약이 워낙 많아 당분간 3D 영상에서 '표준 영상' 운운하는 것은 넌센스다. 즉, 당장은 3D 구현에 따른 여러 아티팩트를 골라내 정도가 지나치는 것을 지적하는 정도를 넘을 수가 없다. '프레임 보간'에 따른 영상의 부자연스러움 같은 것을 지적하는 것은 3D 영상에서는 사치(奢侈)다. 어차피 3D 영상 자체가 입체효과를 위해 다소의 부자연스러움을 감수하자고 만들어진 것인데 여기서 무슨 영상의 자연미를 논할 것인가?
그래서 3D 영상에서 'Auto Motion Plus 240Hz' 같은 보간 모드는 적극적으로 쓰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도 필름 소스에서는 모션 저더 제거가 필수적이다. 2D 영상에서는 모션 저더가 평면적으로 일어난다. 그런데 3D에서는 모션 저더가 원근감(遠近感)의 값을 갖는다. 평면적인 모션 저더와는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사실 3D 영상은 눈에 주는 부담이 매우 크다. 안경 자체가 주는 부담도 있지만, 플리커링, 컨버전스 오차, 크로스 토크 등이 모두 눈에 부담감을 준다. 우리가 자연세계에서 맨 눈으로 볼 때는 전혀 느낄 수 없는 요소들이기 때문에 생경하게 보인다. 여기에 모션 저더까지 가세하는 것이다. 이런 요소들 때문에 일반적으로 최소 15% 이상의 사람들이 3D 영상에 강한 생리적인 거부감을 갖는다는 통계도 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입체감이라는 요소 때문에 이런 불편함을 간신히 참고 보는 것이다. 결국 이 부분이 향후 제조사들이 다뤄야 할 경쟁 포인트다.
C8000에서 'Auto Motion Plus 240Hz'를 '부드럽게'로 설정하고 보면 '몬스터 vs 에일리언' 같은 필름 소스에서는 확실히 눈이 편해지고 동작이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원래 프레임 보간 모드는 FRC 알고리즘의 특성 상 움직이는 사물과 배경이 유리(遊離)되어, 꼭 포토샵으로 윤곽선을 따서(그래픽 작업 하는 사람들은 이를 '누끼'라고 부른다) CTRL-C, CTRL-V로 이어 붙인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런데 3D 영상에서는 원래 이런 유리된 느낌이 익숙하다. 각 피사체마다 별도의 뎁스 값을 갖기 때문에 배경과 피사체가 다른 레이어에 존재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 쉽다. 나중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이를 '토이 이펙트(Toy Effect)'라고 부른다. 토이 이펙트는 3D 영상에서는 항상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2D 영상에서 이상했던 장면이 3D에서는 별반 이상하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어차피 주시점(注視點)의 피사체는 배경과 다른 뎁스 값을 갖기 때문에 유리된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새삼 부자연스럽고 말고 할 것도 없다. 따라서 3D 영상에서는 MEMC 회로, 즉 'Auto Motion Plus 240Hz' 기능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눈에 부담을 주는 요인 중 하나인 모션 저더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이다.
단, 때로 사물들의 윤곽선이 서로 겹쳐 지저분해지는 아티팩트는 MEMC를 작동시켜도 3D 영상 재생 시 여전히 발생한다. 이 또한 당장은 관대하게 넘어가자. 3D 영상은 컨버전스와 포커싱의 불일치, 그리고 잘못된 뎁스 정보로 인해 사물 간의 경계가 뒤죽박죽인 경우가 종종 일어난다. 그에 비하면 이런 아티팩트는 사실 별 거 아니다.
삼성 C8000의 MEMC 성능은 확실히 많이 개선이 되었다. 240Hz 프레임 레이트에서의 MEMC 성능은 필자도 처음 테스트 한다. 삼성에서는 이미 작년에 240Hz 모델을 두어 종 발표 했었으나 국내에는 출시하지 않았다. 필자는 개발 단계의 시제품만 눈으로 구경했을 뿐 실제 테스트 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소니 또한 240Hz 제품을 한 모델 출시 했었는데 역시 국내에 수입되지 않았다. LG는 240Hz 제품이 이번이 처음이다(다시 말하지만 작년에 출시된 LG의 직하형 모델들은 480Hz가 아니다. 그냥 120Hz이다. 그걸 480Hz라고 일컫는 계산법을 그대로 적용하면 차라리 600Hz가 정답이라고 필자는 예전 리뷰에서 지적한 바 있다. LG의 LCD TV들은 동일한 프레임 레이트에서 삼성의 LCD TV보다 응답이 빠르고 잔상이 적다. 이번 3DT V도 MEMC 회로를 끈 상태에서 2D 영상의 잔상은 LG의 LX6500의 성능이 상당히 우수하다. 그러다 보니 LG로서는 좀 억울한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계산법을 달리해서 120Hz, 240Hz를 480Hz라고 우겨서야 되겠는가? 이건 아니다. 그런데 뭐 그렇게 따지자면 CMR이라는 이상한 개념을 만들어 낸 삼성도 달리 할 말은 없다).
C8000의 동적 해상도가 좋아진 것은 위에서 설명했다. 동적 해상도가 증가한 까닭인지 MEMC 성능도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이전보다 움직임이 많이 자연스러워 졌다. 물론 2D 화면에서의 얘기다. 특히 계속 언급했던 'Data Broken 현상', 윤곽선이 겹쳐지면서 데이터가 뒤죽박죽 깨지는 현상이 많이 줄었다. 그런데 'Auto Motion Plus 240Hz'는 실제 3D 영상에서는 필름 소스의 모션 저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일반 지상파의 60Hz 소스에는 그다지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 부분이 3D 화질 평가에서 가장 크리티컬한 부분이다. 3D TV들은 공통적으로 계조력이 상당히 저하된 영상을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영상의 밝기 정보, 색 정보가 디테일하지 못하다. 이렇게 되면 결코 깊이 있는 영상이 나올 수 없다. 계조 표현력은 고급스러운 화질을 만들어 주는 가장 중요한 항목이다. 콘트라스트 비가 높은 것이 결코 좋지 않다고 하는 이유도, 감마가 적절해야 하고, 밝기를 최적에 놓으라고 말하는 것도 모두 정세한 계조 표현력을 위한 것이다. 어두운 부분, 밝은 부분이 한데 뭉쳐져 보이거나 블랙이 들뜨고 색상의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이 잘 구분되지 못하면 영상은 지극히 단조롭고 깊이감 없는 영상이 되어 버린다.
3D TV는 삼성, LG, 소니, 파나소닉 할 것 없이 모두 계조 표현력 부분에서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그런데 LCD와 PDP는 원인이 서로 다르다. LCD TV가 계조 표현력이 떨어지는 것은 크로스 토크 때문이다. 3D LCD TV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기술 과제 1순위는 크로스토크와의 전쟁이다. 크로스 토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G-to-G' 범위를 좁혀야 하는 경우가 있다. 입력 영상 신호의 레벨에 일정한 제한을 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선 블랙이 들뜬다. 그리고 크로스 토크가 쉽게 발생하는 대역을 커트해 단조화 시켜 버린다. 자연히 계조가 안 좋아질 수밖에 없다.
PDP는 이 문제가 아니다. PDP는 근본적으로 높은 주파수의 프레임 레이트를 구현하는 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3D 영상을 구현하기 위한 프레임 레이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서브 필드 프레임의 숫자를 줄이는 방법을 쓴다. 서브 필드 프레임은 보통 영상의 계조 표현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지금은 단종된 파이오니아의 쿠로(KURO) 9세대 PDP의 경우 초당 서브 필드 프레임이 14개로 대단히 높았었는데 계조 표현력에서는 가장 으뜸인 제품으로 꼽혔다. 여타 회사의 경우 보통 초당 8~10개의 서브 필드 프레임을 가지고 있지만 전체 프레임 레이트를 높이게 되면 부득불 서브 필드 프레임을 줄여야 하고, 이에 따라 계조력이 떨어지는 단점이 생긴다. 따라서 LCD TV의 경우는 패널 응답속도가 빨라지면 계조 표현력이 좋아질 가능성이 있지만 PDP는 그렇지도 않다.
밝기에 따라 계조 표현이 안 좋을 때 느껴지는 양상도 각기 다르다. 밝기가 높고 계조력이 떨어지는 영상은 마치 흰색 물감으로 덧칠한 것처럼 밋밋한 느낌을 준다. 어두우면서 계조력이 떨어지는 영상은 뿌옇게 막이 낀 듯 탁하고 답답한 그림이 나온다. 전자가 LCD, 후자가 PDP의 3D 영상에서 나타나는 계조 표현력 저하 현상이다.
C8000만 그런 것은 아니다. LG 6500, 삼성 PDP 모두 계조력이 안 좋다. PDP가 가장 심각하다. 그러나 C8000도 만만치 않다. 해상도가 떨어지면 더 심해진다. 특히 블랙이 들뜨면서 암부의 계조가 깨지는 것이 신경 쓰인다. 이건 유독 C8000이 심하다. 아래 두 장의 스크린 샷을 보자.
첫번째 사진은 3D 영상 모드에서의 스크린 샷이다. 장군의 뒤쪽 철문의 블랙 바탕을 보자. 페인트가 벗겨진 듯 군데군데 들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오리지널 2D 영상의 스크린 샷은 아래와 같다. 철문의 블랙은 아주 깨끗하다. 계조가 아주 깔끔하게 표현되었다.
3D 영상의 계조 범위가 좁다 보니 이런 현상이 생긴 것이다. 특히 암부가 심하다. 블랙이 들뜨는 것은 둘째치고 암부가 번쩍번쩍 거리고, 위 사진에서 보듯 갉아 먹은 듯한 그림이 나온다. 무언가 임기응변이 필요했다. 어차피 계조의 정세함을 논할 단계가 아니다. 우선 당장 암부의 '컨투어링(contouring)' 현상을 없애는 것이 급선무다.
우선 C8000의 '고급설정' 항목에 들어가 '블랙톤 조정'을 '매우 어둡게'로 했다. 2D 영상이라면 당연히 이 기능은 '끄기'로 할 것을 권장 했을 것이다. 더불어 '자동명암조절' 기능을 '끄기'로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자동명암조절' 기능은 평소에도 계조를 무너트리는 역할을 한다.
감마도 손을 댔다. 일반적으로 '감마'는 0에 놓는 것이 맞는데, 3D 영상 모드가 되면 디폴트 값이 -1 이다. 이 수치가 작아지면 감마 값은 높아지고 영상은 더 어두워진다. 이에 대한 어떤 표준 가이드라인은 없다. 그러나 C8000에서는 우선 감마 값을 높여 암부를 차라리 뭉개버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감마'를 -3으로 놓아도 무방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이는 임시변통이다. 감마 값이 이렇게 높아지면 중간대역 계조가 더 안 좋아진다.
'색재현'. 즉 색 영역 설정 항목의 디폴트 값은 '확장'이다. 삼성 TV는 영화 모드에서는 '자동(표준)', 나머지 영상 모드는 색영역을 '확장'으로 디폴트 값을 잡는다. 색 영역이야 당연히 ATSC 표준은 '자동(표준)'이다. 삼성 C8000은 상당히 정확한 색 좌표 값을 보여준다. 굳이 색영역을 확장할 필요는 없다. 색 영역을 확장한다고 해서 색 계조력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이는 '자동(표준)'으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
3D TV에서 계조력의 저하는 굉장히 신경이 거슬리는 부분이다. 특히 해상도가 떨어지는 영상. SD급 소스를 '2D→3D 변환' 기능을 이용해 바꾼 경우라든가, 또는 현재 스카이라이프 및 지상파 66번 채널에서 한시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시범방송처럼 'Single Stream' 방식의 영상을 표현하는 경우는 그 정도가 더 심하다. 앞으로 3D TV와 C8000이 풀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크로스 토크는 콘텐츠의 제작 환경에 따른 영향도 많이 받는다. 일반적으로 3D TV는 롱 샷에서 크로스 토크도 적고 컨버전스 불일치 문제도 적다. 또 움직임이 느리면 크로스 토크가 적고, 명도 대비, 보색 대비가 극심하면 크로스 토크가 많다. 해상도가 낮아도 크로스 토크가 많이 생긴다.
6월 하순 현재 한창 진행되고 있는 월드컵 3D 중계. 당연히 축구 중계이다 보니 롱 샷이 많다. 3D 영상은 롱 샷이 유리하다. 아티팩트도 그렇거니와 촬영하기도 편하다. 그래서 축구나 야구 경기가 3D 콘텐츠로 제격이다. 원거리의 고정된 샷이 많아 변수가 적고 고정적인 시청자를 끌어들일 수 있어 지속적인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롱 샷이 많기는 하나 이번 월드컵 중계는 'Single Stream' 방식이라 해상도가 떨어진다. 그래서 크로스 토크 증가·감소 요인은 상쇄된 면이 있다.
그런데 3D 영상을 롱 샷을 쓸 경우, 피사체의 크기가 작아지는 한편 부피감이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한다. 쉽게 말해 사람이 사람처럼 보이지 않고 종이 오려 놓은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이를 'Toy Effect'라고 흔히 부른다. 사람이 인형 또는 장난감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부피감이 없는 것이다.
▲ 2010년 모델부터 새롭게 도입된 스테인리스 베젤과 쿼드 스탠드 |
부피감이 부족하게 만드는 원인은 앞서 말한 샷의 거리, 저하된 계조 표현력과 더불어 해상도의 저하가 큰 요인으로 손 꼽힌다. 해상도가 높고 전송률이 높은 블루레이 디스크에서는 부피감과 입체감이 대립적인 요소가 아니다.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루면 오히려 2D 영상에서는 느낄 수 없는 종류의 섬세한 질감 표현이 되기 때문에 3D 영상에 흠뻑 매료되고 만다.
다행이 필자는 여러 종류의 고해상도 3D 영상들을 구할 수 있었는데, 앞서 길게 지적했던 많은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풀 HD 해상도에 평균 30Mbps(AVC 코덱 기준)를 훌쩍 넘는 전송률을 지닌 영상이라면, 입체감과 부피감 두 가지 요소가 어우러져 새로운 질감의 3D 영상을 만들어 주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해상도가 떨어지면 이런 것은 기대하기 힘들다.
이번 '2010 남아공 월드컵'의 경우 입체효과는 꽤 그럴 듯하다. 그러나 해상도가 떨어지다 보니까 풀 샷으로 경기장을 잡았을 때에는 선수들이 때때로 배경과 유리(遊離)된 듯 따로 움직이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앞서 MEMC 회로 이야기를 할 때 언급했던 부분이다.
'Toy Effect'는 밝기와도 연관이 있는 듯하다. C8000은 기본적으로 입체감이 꽤 우수하다. 밝기를 낮추면 입체감이 다소 떨어지지만 토이 이펙트는 덜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또 뎁스를 많이 주면 확실히 더 강하게 느껴진다. C8000 보다 입체효과가 덜한 다른 모델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토이 이펙트는 덜한 것처럼 보이는 면도 있다.
원근감 조절(Accommodation) 문제는 필자가 다른 글에서도 길게 언급한 적이 있다. 이건 현행 스테레오스코픽(Stereoscopics) 방식에서는 도저히 피할 수 없는 '물리적 문제점'이다. 진정한 3D 영상은 보는 사람의 뇌에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현재의 방식이 아니라, 보이는 사물 자체를 3D로 표현하는 '홀로그래픽(Holographics)'가 정답이다. 언젠가는 홀로그래픽스 3D가 보편화 될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빨리 잡아도 2020년은 되어야 '볼 만한 해상도'의 홀로그래픽스가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그거야 모른다. 더 당겨질지.
스테레오스코픽 방식은 뇌를 속이는 방식이다. 그런데 뇌는 속여도 눈은 못 속인다. 사람은 사물을 볼 때 우선 사물에 양 눈의 시선을 맞추고 그리고 초점을 맞춘다. 눈의 시선을 모으는 작업을 '컨버전스(Convergence)'라고 하고, 수정체 모양을 조절하여 초점을 맞추는 작업을 포커싱(Focusing)'이라고 한다. 눈 앞에 있는 물건을 볼 때에는 수정체 두께가 두꺼워지고 먼 곳에 있는 물건을 볼 때는 이완이 된다. 자유자재로 눈의 모양이 바뀐다(나이가 들면 근육 조절 능력이 떨어져 이도 쉽지 않아진다).
그런데 3D 영상에서는 컨버전스와 포커싱이 서로 맞지 않는 현상이 발생한다. 우리는 LCD TV의 스크린을 향해 포커싱을 맞출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모든 영상이 그 스크린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갑자기 사물이 튀어 나온다. 그렇게 되면 눈은 앞 쪽으로 컨버전스를 맞춘다. 이게 실제 사물이라면 포커싱도 금세 앞쪽으로 움직일 것이다. 그러나 이 물체는 가상이다. 포커싱을 스크린 맞추어야 이 사물이 앞쪽으로 튀어나오는 효과가 가능해진다. 따라서 3D 영상은 '컨버전스와 포커싱의 불일치'라는 물리적으로 어쩔 수 없는 단점을 안고 있다. 이건 AMOLED 아니라 그 할아버지가 되어도 해결이 안 된다. 이 불일치 현상을 그냥 한 단어로 '원근감 조절(Accommodation)' 문제라고 한다.
이 원근감 조절 현상 때문에 3D 영상을 오래 보면 눈이 피곤해지고 눈물이 자주 나오게 된다. 3D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 즉 휴먼 팩터 문제를 얘기할 때 가장 우선으로 꼽는 요소이기도 하다. 이건 C8000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3D 영상 기기의 문제이므로, 가급적 거리를 많이 두고 볼 것, 장시간 보지 말 것, 눈을 자주 깜박거릴 것 등등의 지극히 일반적인 얘기 외에는 할 말이 없다.
영화관에서 3D 입체영화를 볼 때 중간 좌석보다 앞자리에 앉은 사람이 중간 좌석보다 뒷자리에 앉은 사람 대비 눈의 피로도가 3~4배 이상 된다는 통계자료도 있다.
근본적인 해결은 되지 못하지만 눈에 비춰지는 빛의 각도와 양을 다양하게 늘리고 2시점 3D가 아닌 다시점 3D(Multi-view 3D)를 하게 되면 문제점이 상당히 완화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는 다 훗날 기술이 발전한 뒤의 얘기이고, 3D 영상을 보는 이들은 이 점을 반드시 감안해야 한다.
삼성 3D TV의 '2D→3D 변환' 기능은 출시 이후 지금沮?계속 이슈거리였다. 이 기능을 갖추지 못한 경쟁사들은 '3D 콘텐츠의 수준을 낮추는 일'이라는 혹평까지도 했었지만 사실 좀 궁색해 보인다. 3D 효과가 떨어지면 그 기능을 꺼버리면 그만이지 이 기능 때문에 수준 떨어질 일이 뭐 있겠는가. 어차피 이 기능은 제한적 기능이다. 제대로 된 3D 영상을 만들어 주지는 못한다. 그냥 흉내내는 수준이다. 그것은 제조사인 삼성 측도 분명히 알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정작 잘 모르고 있다. 아마도 머지 않아 경쟁사 제품에도 이 기능이 탑재될 것이라 예상된다. 어찌 되었든 이 기능이 삼성 3D TV의 마켓쉐어를 높여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으니 팔짱 끼고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3D 오리지널 콘텐츠가 아직 태부족이다. '아바타' 바람을 등에 업고 3D TV를 트렌드로 끌어볼 생각으로 나섰지만, 적어도 앞으로 1년 정도는 3D 콘텐츠 가뭄현상이 계속될 것이다. 1년 이상은 보지 않는다. 올해 3D로 개봉하는 할리우드 영화만 해도 최소 20여 편이다. 내년쯤이면 모두 3D 블루레이 타이틀로 등장할 것이다.
내년에는 더 많은 영화가 3D로 제작될 예정이다. 올 10월에는 국내에서 지상파 3D 방송 실험방송이 시작된다. 스카이라이프 위성방송은 더 앞당겨 정식 3D 채널을 오픈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케이블 방송도 지상파와 비슷한 시기에 3D 실험방송을 할 것이다. '3D 방송 추진 위원회'의 계획대로 일이 순조롭게 풀리면 지상파, 케이블, 위성 할 것 없이 내년 하반기 쯤에는 3D 콘텐츠가 본격적인 시동을 걸 것이다.
미국의 경우, ESPN 3D 채널이 7월에 오픈한다. 일본도 BS11에서 현재 시험방송을 하고 있는데, 이미 만들어 놓은 콘텐츠가 많아 위성 채널을 통한 3D 방송 개시에 별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한편 이번 2010 KOBA(방송 장비 전시회)에서는 파나소닉의 포터블 3D 동영상 카메라인 3DA1을 볼 수 있었다. 가격이 2만 달러 정도라고 하니, 몇 억씩 하는 3Ality 제품과 비교하면 말도 안 되는 저렴한 가격이다(물론 성능차가 크고 리그 방식 자체가 다르기는 하다). 아마도 소니에서도 곧 저렴한 3D 카메라가 등장할 것이다. 3D 영상 처리 프로세서들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현재 추세라면 제작 환경도 급속히 늘어 날 것으로 보인다.
▲ 2개의 렌즈를 하나로 합쳐 크기와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인 파나소닉 3D 카메라 3DA1 |
3D 방송이 현실화 되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러나 어쨌든 일단 흐름을 탄 이상 1~2년이면 3D 콘텐츠가 차고 넘치게 될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지금 3D TV를 구입하려는 이들은 적어도 그때까지를 겨냥해서 구입하는 셈이 되므로, '2D→3D 변환' 기능에 너무 연연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이왕이면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다.
결국 요건은 '2D→3D 변환' 기능이 얼마나 유용한가다. 필자는 서로 다른 삼성의 C8000 모델 3대를 각각 다른 시점에서 시청했었다. 다른 것은 차이가 없는데, 오로지 이 '2D→3D 변환' 성능만큼은 매번 달랐다. 이번에 테스트한 제품이 가장 성능이 우수해 최신 버전인 듯하다. 맨 처음 평가 했을 때에는 그다지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꽤 볼 만한 수준이다.
'2D→3D 변환' 기능은 알고리즘을 개선하고 연산 방법을 바꾸는 등의 업그레이드 요소가 굉장히 많다. 관건은 2D 영상을 얼마나 빨리 실시간으로 분석해 내느냐 하는 점이다. 요즘은 2D 화면을 잘게 쪼갠 뒤 각 부분의 영상을 분석해서 뎁스 값을 결정하고 이를 다시 시차 값을 고려해 최적화 하는 'Mash' 기법을 쓴다. 결국 얼마나 연산 처리 속도가 빠르고 알고리즘이 효율적인가에 달려있다. 그래서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2D→3D 변환' 기능은 리얼 3D에 비해 입체 정보가 부정확하고 아티팩트는 더 많다.
삼성 C8000의 '2D→3D 변환' 기능은 사용자가 뎁스 값을 0~10 밤위 안에서 조정할 수 있다. 디폴트 값은 5인데 이 정도면 눈에 피로감이 많지 않다. 대신 입체 효과가 별로 안 난다. 경험해 보니 적어도 7~8 정도는 돼야 입체감이 느껴지며 이와 함께 크로스 토크 에러 또한 늘어나 사람에 따라서는 어지럼증을 심하게 느낄 수도 있다. 어차피 호기심용이라면 7 정도에 놓고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원래 리얼 3D 영상은 가급적 줌을 잘 안 쓴다. 특히 뒤에 배경이 있을 때에는 배경과 주밍(Zooming)한 피사체와의 급격한 시차(視差)를 표현하기 힘들다. 하물며 '2D→3D 변환' 기능에서는 이 부분은 아주 '쥐약'이다. 동작이 빠른 화면에서는 크로스 토크가 많이 발생한다. 배경이 복잡하면 중심부는 포커싱이 맞는데 주변부의 포커싱이 흐트러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가급적 움직임이 적고 배경이 복잡하지 않으면서 뎁스의 구분이 명료한 장면, 그런 것이 '100분 토론, '강심장' 같은 프로그램이다. 실제 경험해 보니 제법 그럴 듯하다. 방송국에서 자신들의 프로그램을 모두 '2D→3D 변환' 기능으로 한번씩 돌려 본 뒤, 리얼 3D에 가장 어울릴만한 콘텐츠를 정해도 될 것 같다.
'강심장'이나 '놀러와' 같은 프로그램도 근접 샷은 역시 '쥐약'이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샷은 효과가 있다. 원근이 분명하고 샷 거리가 길기 때문이다.
아래와 같은 샷도 위 샷보다는 못하지만 그런대로 효과가 있었다. 역시 피사체들의 구별이 쉽기 때문이다. 이 사진들은 모두 실제 '2D→3D 변환' 기능을 사용하여 2D 화면을 변환한 것을 찍은 것이다. 단, 안경의 왼쪽 렌즈에 카메라를 대고 찍은 것이므로 당연히 입체효과는 나지 않는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근거리 샷은 문제가 되었다. 상당히 어지러운 그림이 나왔었다. 크로스 토크는 없었다. 그러나 뎁스가 잘 맞지 않았다. 주시점(注視點) 피사체(인물)가 있고 그 앞으로 자막이 있다. 튀어나와야 할 요소다. 뒤로는 배경이 평면적으로 균일하지 않고 움푹 들어가고 나오고 그 앞에 포스터가 붙고… 아주 복잡하다. 복잡한 배경 위로 또 돌출요소인 프로그램 로고가 보인다.
이렇게 여러가지 뎁스가 뒤섞이면 처음에는 잘 하는 것 같다가도 갑자기 심통을 부리기도 한다. 심지어 머리 부분과 몸통 부분이 뎁스 차이를 보여 분리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오래 보면 울렁거린다. 이 때에는 뎁스 값을 5 이하로 놓던지 아예 변환 기능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한편 '2D→3D 변환' 기능은 SD 소스에는 결코 쓰지 않는 것이 좋다. 상당히 어지러워진다. 고해상도 소스에 한해서만 쓰는 것이 좋다. 또한 2D 필름 소스에 쓰는 것은 곤란하다. 영화는 근거리 샷을 많이 쓴다. 또 미장센 때문에 배경이 단순한 법이 별로 없다. 몇몇 블루레이 타이틀에 적용해 봤더니 안 쓰는 것이 낫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반면 야구, 축구 같은 스포츠 경기에서는 꽤 효과가 있었다. 아래 영상은 월드컵의 2D HD 영상을 변환 기능을 통해 바꿔 본 것인데, 리얼 3D 영상과 비교해보니 뜻밖에도 꼭 못하다고만 볼 수는 없었다.
▲ 2010 남아공 월드컵 중계영상. 2D 영상이어도 근거리 촬영에 의해 3D 변환 시 일정 수준의 입체감이 느껴진다. |
왜냐하면 월드컵 리얼 3D 영상이 'Side-by-Side' 방식의 'Single Stream'이라 수평 해상도가 절반 수준으로 매우 낮은 반면, 이 영상은 적어도 풀 HD 영상을 변환한 것이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입체감은 덜하고 뎁스 정보의 정확도는 리얼 3D 영상보다 떨어졌다. 그러나 해상도가 높다보니 일단 부피감이 존재했다. 'Single Stream' 방식의 리얼 3D 영상은 앞 단락에서 지적했던 'Toy Effect' 효과가 있었지만, HD 변환 영상은 그래도 꽤 '사람다워' 보였다.
스카이라이프의 ESPN HD 채널을 통해 HD급 야구 중계를 변환시켜 보았는데 세 시간 내내 보고 있어도 별로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스카이라이프의 ESPN HD는 AVC 코덱으로 9Mbps 급이어서 HD 치고 그다지 화질이 좋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야구는 피사체를 근접으로 당기는 경우가 없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둔다. 또 위치 정보가 명확하다. 게다가 야구는 움직이는 장면보다는 정적인 장면이 더 많다. 관중석이나 덕아웃을 비춰줄 때에는 다소 어색하지만 전체 화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결론적으로 '2D→3D 변환' 기능은 꽤 쓸만하다. 처음부터 이 기능에 큰 기대를 걸지 말고, 임시 방편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말이다. 그러나 이 기능이 무슨 마법상자인양, 대부분의 방송 프로그램에 한 번씩 다 써 볼 생각을 하고 있다면 말리고 싶다. 크게 실망할 것이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에 잘 안 맞는다. 한 3~4분 써보고 대개 안경을 벗을 것이다. 그러나 유난히 궁합이 잘 맞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현행 'Stereoscopics' 방식이 양안 시차 정보를 통해 뇌에 착각을 일으켜 가상의 입체 이미지를 만드는 식이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걱정을 한다. 이에 대해서는 지금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아직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다. 단지, 만일을 위해 장시간 시청을 금하라는 권고가 있을 뿐이다.
또한 어떤 통계에 따르면 일반인 중 약 3% 정도는 Stereosopics 방식을 통해서 전혀 3D Image가 형성되지 않는다고 한다. 또 7% 가량은 형성은 되지만 그 정도가 약해 입체효과가 크지 않다고 한다. 즉 10% 정도의 사람에게는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게다가 이는 60세 이하에 해당되는 얘기다. 60세 이상의 성인 중에서는 약 40% 정도만 3D 이미징이 수월하고 나머지는 어지럼증을 심하게 느낀다고 하며, 75세 이상이 되면 그 수치가 약 20% 정도로 줄어든다고 한다. 이 통계가 맞는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사실이라면 3DT V는 일단 노인에게는 큰 효과가 없다는 얘기가 된다.
지금 우리나라는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3D 방송에 적극적이다. TV, 휴대폰 등 디스플레이 장치에서 우리 나라는 강국이다. 산업적 차원에서도 3D 문화가 널리 퍼지는 것이 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정부의 계산인 듯하다. 아무튼 일찌감치 '3D TV 방송 진흥센터'를 발족해서 적극적으로 3D 방송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한국, 미국, 일본 정도가 가장 적극적으로 3D 방송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중 지상파 방송까지 고려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 미국, 일본은 케이블 또는 위성 방송에 국한해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세계 최초로 지상파 3D 방송을 실시하고 우리가 정한 규격이 세계 표준이 되도록 해 산업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의도다. 물론 말만 들으면 아주 바람직하고 박수칠 만한 일이다. 문제는 이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이다.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그 중 가장 큰 고비가 바로 지상파 방송의 'Frame Packing' 전송 방식 문제다. 지금 미국, 일본 등은 'Single Stream' 방식으로 일단 3D 방송을 추진하고 있다. 싱글 스트림은 당장 손쉽게 전송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편리하지만, 해상도가 많이 떨어진다. 우리나라에서 생각하고 있는 지상파, 케이블, 위성 방송의 기본 포맷은 'Frame Packing 방식이다'. 풀 HD 해상도를 지원하기 때문이다. 이 또한 바람직한 판단이다. 당장이라면 모를까, 멀리 내다본다면 결국 3D는 고해상도로 가야 한다. 3D 블루레이가 바로 프레임 패킹 방식의 전형이다. 그래서 화질도 좋고 3D 효과도 좋은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Frame Packing' 방식이 상당히 큰 전송대역을 요구한다는 점, 그리고 60Hz 방송 콘텐츠를 'Frame Packing' 방식으로 보낼 때의 인터페이스 호환 문제가 남아 있다는 점이다. 전자(前者)는 TV 수상기와 관계된 것이 아니므로 다른 기회에 다시 언급 하기로 하겠다. 문제는 후자(後者)다. 지상파 방송을 'Frame Packing' 방식의 3D로 송출한다면 원본 비디오 포맷은 1,920x1,080/60i가 될 것이다. 이 것을 1,080/60i 또는 1,080/30p로 TV 내에 설치된 셋톱박스에 전송하게 된다. 문제는 TV가 어떻게 1,080/30p의 'Frame Packing' 데이터를 받을 수 있느냐다(Single Stream 30p가 아니다).
초기에 발표된 HDMI 1.4 규격에서는 'Frame Packing' 방식일 때 지원하는 포맷이 1,080/24p가 한계점이다(3D 게임을 위해 720/60p도 지원). 필름 소스 3D 블루레이 타이틀이 대부분 여기에 속한다. 현재 출시되어 있는 대부분의 3D TV 또한 이 규격의 HDMI 인터페이스를 장착했다. 따라서 현존 3D TV로는 'Frame Packing' 방식으로 1,080/24p까지만 지원될 것이다.
그런데 방송소스는 60i이다. 이를 24p로 변환해서 내보낼 수는 없다. 'Single Stream' 방식이 아닌 이상 1,080/30p가 최소규격이다. 다행이 얼마 전 HDMI 1.4a의 'Extensional Option'에 1,080/30p가 포함되었다고 한다. 인터페이스 문제는 해결된 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기존 출시 모델들은 어쩌라는 것인가?
이게 참 답답한 얘기다. 이건 제조사 측 잘못은 아니다. 제품 출시 당시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미래형 인터페이스 포맷을, 제조사가 예측하여 독자적으로 만들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 그렇다고 어떻게 될지도 모를 방송 규격의 확정을 기다리며 기한 없이 제품 출시를 미루기에는 경쟁 상황이 너무 치열하다.
3D 방송 추진위 측을 뭐라 할 수도 없다. 세계 최초로 규약을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고, 또 방송 소스도 풀 HD의 'Frame Packing' 방식을 쓰겠다고 하는 발상은 사실 공급자가 아닌 일반 시청자를 위한 관점이며 분명 환영할 일이다. 사실 TV 제조사들 입장에서는 'Single Stream 방식을 채택 해주었으면 바랄 수도 있다. '고화질 3D는 블루레이로 즐기고, 일반 방송은 호환성 문제도 골치 아픈데 그냥 Single Stream으로 하지 뭐..' 하는 불평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rame Packing' 1,080/30p 방식을 추진하는 것은, 3D 방송을 풀 HD로 봐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따라서 방송 추진위의 활동은 오히려 칭찬 받아야 한다.
사실 굼뜨디 굼뜬 HDMI 쪽이 답답하다. 애당초 HDMI 1.4에 좀 더 다양하고 폭넓은 옵션을 넣어 발표했으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말이다. HDMI 1.3 때도 그랬는데 HDMI 1.4 때에도 상당히 상업적인 냄새가 많이 난다.
그런데 인터페이스 말고도 사실 의문스러운 점이 한 가지 더 있다. 디코더 문제다. 현재 추진하는 지상파 3D 방송 코덱이 좌안 영상은 MPEG-2, 우안 영상은 AVC 형태의 Multi-Way Coding 방식인데, 이게 현재 판매되는 3D TV 내의 디코더로 처리가 되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런데 지금 거론되는 방식도 아직 '추진 단계'일 뿐이지 확정단계도 아니다. 정작 10월의 실험방송이 어떤 형태의 것이 될지, 또 본 방송 때에는 뭐가 달라질지 그건 그때 가봐야 알 노릇이다. 따라서 지금 가전사들이 미리 어떻게 대응할 도리도 사실 없다. 아마도 최종 포맷이 확정되고 그에 따른 호환성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펌웨어를 바꿔주든지 또는 셋톱박스를 추가해 주든지, 아니면 내장 튜너를 바꿔주든지 하는 식으로 대응하게 되지 않을까 예상된다.
어쨌거나 일반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사연이 이렇다는 것은 알아 둘 필요가 있다. 모두가 다 3D 초기단계이다 보니 빚어지게 되는 혼선이다.
여느 TV라면 색 재현력, 그레이스케일, 명암비 등을 살펴 보고 캘러브레이션한 내용에 대해 많은 부분을 할애했을 것이다. 그런데 3D TV이다 보니 3D 영상 부분에 자연히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또 초기 모델이다 보니 설명하는 말도 많았다. 부득이 2D 화질에 대한 부분은 과감히 줄일 수 밖에 없다. 캘러브레이션 과정은 생략하고 간단히 색 좌표의 정확도와 그레이스케일에 대해서만 얘기하자.
캘러브레이션 및 측정은 '영화' 모드를 기준으로 했으며, '색영역'은 '자동'('확장'은 와이드 개멋(Gamut)이다. '자동'이 표준 개멋이다), '색온도'는 '따뜻하게 2'를 디폴트 값으로 갖는다.
C8000의 색좌표는 상당히 정확하다. 아래 차트에서 보듯 Red. Green. Blue는 물론이고 Yellow, Magenta, Cyan의 Secondary Color 까지도 BT 709 표준 좌표 값에 별로 어긋나지 않는다(흰색 선이 C8000의 색좌표, 검은 색 선이 ITU의 BT709 HD 표준 색좌표). 엄밀히 살피면 아주 약간씩 R,G,B가 짙게 빠져 있기는 하나 오차가 매우 미미하다. 이 정도면 대단히 정확한 편이다. 작년 Edge LED 백라이트 모델(B 시리즈) 보다도 훨씬 양호하다.
▲ C8000의 CIE 1931 차트 |
삼성 C8000에 보니 10 포인트 화이트 밸런스 조정기능이 생겼다. 참 반갑다. 사실 이 기능은 전문 측정 장비와 지식을 갖춘 전문가가 아니면 소용 없는 기능이다. 그러나 이런 기능이 있다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 '우리 기기는 표준 화질을 구현할 수 있다. 설령 안 맞더라도 얼마든지 정확히 맞출 수 있도록 툴을 제공한다. 즉, 우리 기기를 가지고 표준 영상에 맞지도 않는 영상을 참고 볼 일은 결코 없다'는 식의 자신감을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실 10 포인트 전문가 조정 기능은 LG가 재작년부터 먼저 채택했었다. 그리고 이제 삼성도 채택했으니 참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10 포인트 화이트 밸런스 조정 과정을 세세히 설명할 여유가 없다. 단지 결과만 표를 통해 전달하겠다.
C8000의 '따뜻하게 2' 모드는 전체적으로 색온도가 6,100K 안팎으로 다소 낮게 설정되어 있다. 아래 ,RGB Level Chart에서 보듯 Red 값이 전체적으로 높다. 그러나 전 대역에 걸쳐 평탄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 경우 캘러브레이션만 잘 하면 아주 좋은 값을 얻응 수 있다. 그 결과가 위 표에 나타난 'After' 수치다. 전체적으로 6,500K에 유사한 아주 좇?값을 얻을 수 있었다.
아래는 10 포인트 캘러브레이션 조정 값이다. Red 값은 전 대역에 걸쳐 많이 내렸고, Blue는 보정을 위해 약간씩 올렸다.
값을 조정한 뒤의 RGB Level은 아래와 같다.
전체적으로 볼 때 C8000은 색 재현력의 정확도와 화이트 밸런스의 그레이스케일 두 중요 요소에서는 이제까지의 삼성 TV 중 가장 우수한 특성을 보였다. 앞서도 C8000은 반응속도와 동적 해상도 능력에서 기존 모델보다 한층 앞선 솜씨를 보였다. 3D TV라는 특성에 가려서 그렇지, 2D TV로만 따져도 현재까지 출시된 삼성의 LCD TV 중에서는 가장 우수한 플래그십 모델인 셈이 된다.
그러나 디폴트 값 '따뜻하게 2'의 세팅치를 조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차라리 '따뜻하게 1'로 시청해도 별 문제는 없다. 더불어 3D를 선택 했을 때 기본으로 바뀌는 '표준' 모드(백라이트 20, 명암 80) 상태에서는 색온도를 굳이 '따뜻하게'로 바꾸거나 영상 모드를 '영화' 모드로 바꿀 필요는 없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블루레이 타이틀을 볼 때도 말이다.
C8000은 3D 모드가 되면 계조가 상당히 안 좋아진다. 2D 영상일 때의 균일함은 사라지고 30 IRE 이상이 심하게 레드 푸쉬가 된다. 특히 40~50 IRE가 심하다. 2D 모드에서 '표준' 모드는 디폴트 값이 백라이트 16 명암 100이다. 명암을 100으로 놓아도 80 IRE 이상이 클리핑 되는 현상은 없다. 그러나 3D 영상에서는 안 그렇다. 명암을 100으로 놓으면 그렇지 않아도 Red 톤이 짙게 깔린 상황에서 90~100 IRE는 또 Green 톤이 튀면서 울긋불긋 해진다. 따라서 명암을 80으로 낮춰야 한다.
즉, 3D 영상 모드에서는 크로스 토크 때문에 계조를 많이 건드렸기 때문에 2D 떄와는 전혀 다른 개념으로 색온도나 백라이트, 명암 등을 접근해야 할 것 같다. 3D 영상 모드에서는 '따뜻하게 1' 또는 '따뜻하게 2'를 선택해야 한다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 전혀 상황이 다르기 떄문이다. 어차피 그레이스케일이 틀어진 상황에서 색온도 모드를 바꾼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따라서 그냥 디폴트 값('표준')을 그대로 써도 무방하겠다.
C8000은 매우 다양한 부가기능을 가지고 있다. 인터넷 TV도 신기하고, TV를 통해 스카이프에 접속, 국제전화를 무료로 영상통화할 수 있다는 것도 신기하다. 그러나 필자의 관심을 가장 끈 부가기능은 USB HDD를 연결해 방송 채널을 녹화하거나 타임 시프트 기능을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예전에 LG TV의 전매특허였던 '타임머신' 기능이 삼성 TV에서 부활한 것이다.
IPTV와 케이블 채널이 생겨 녹화의 중요성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녹화기능'은 여전히 유용하고 중요한 기능이다. 일본만 해도 여전히 다양한 종류의 '녹화기기'들이 독립적으로 또는 TV에 내장돼 지원되고 있다. 위성방송, 디지털 방송을 하드디스크에 저장하고 한 번에 한해 블루레이 디스크로 리핑하는 기능도 있다.
스카이라이프나 디지털 케이블의 HD 채널을 보면 아주 좋은 프로그램이 많다. 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일일이 시간 맞춰 프로그램을 볼까? 이 것을 'Copy Once' 같은 프로텍트 장치를 걸어 한번에 한해 하드 디스크에 녹화 할 수 있게 한다면 상당히 유용할 것이다. 필자는 7~8년 전에 구입한 LG의 LST-3430 셋톱박스를 아직도 3대나 운용하고 있다. 방송 프로그램 채널을 녹화하는데 그만큼 편한 기기들이 그 후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드디스크의 특성 상 A/S가 많다는 점이 좀 성가시기는 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삼성 C8000이 '타임머신' 기능을 부활시킨 것은 환영할 만하다. 단, 지상파 디지털 채널에 한해 녹화가 지원되는 점은 좀 아쉽다. 이왕이면 아날로그 채널도 지원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결론부분이다. 블루레이라고 하면 아직도 많은 이들이 익숙치 않다. 그런데 사실 3D TV는 3D 블루레이 플레이어가 필수 항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3D 영상은 아직도 많은 문제점이 있다. 많은 문제점을 감안하고도 3D를 즐기겠다면 가급적 최상의 해상도, 최적의 3D 입체 효과를 갖는 것이 필수다.
'2D→3D 변환' 기능을 일시적인 호기심 충족용이다. 이 기능을 믿고 3D TV를 구입하면 안 된다. 정부에서 의욕적으로 지상파 3D TV를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어떻게 될 지 갈 길이 멀다. 위성, 케이블도 유료 채널을 추진 중이지만, 지상파, 위성, 케이블 할 것 없이 전송 방식과 비디오 포맷, 전송률 등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즉, 양질의 3D 콘텐츠를 방송을 통해 무제한으로 받아 보려면 아직도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다. 3D 콘텐츠 제작 환경도 아직 걸음마 단계다.
그러나 블루레이는 다르다. 일찌감치 'Frame Packing' 방식을 BDA가 확정지었고, 해상도도 높거니와 무엇보다도 전송률이 일반 방송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AVC 기준 30Mbps 전후 수준이다(3D 타이틀에서는 조금 낮아질 우려가 있기는 하다). 또 원본 콘텐츠도 3D 입체 정보나 효과가 가장 좋은 것들로 이뤄진다. 현재는 발매된 타이틀이 1~2종이지만 이는 곧 크게 늘어날 것이다. 따라서 진정한 3D 입체 영상의 맛은 3D 블루레이를 통해 즐기는 것이 사실 정답이다. 잘 만들어진 3D 블루레이 콘텐츠를 본다면 좀처럼 안경을 벗을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3~4시간 훌쩍 지나는 것이 기본이다. 그만큼 3D 영상은 매력적인 면이 있다.
C8000은 사실 2D TV로서도 삼성에서는 가장 우수한 성능을 보여주는 제품이다. 굳이 3D 효과를 고려하지 않아도 구매가치가 크다. 특히 동적 해상도가 크게 개선되고 MEMC 성능이 우수해진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3D 영상의 경우, 밝기와 입체감은 동종의 제품 중 단연 앞선다. 그러나 3D 모드로 들어가면 계조가 흐트러지고 그레이스케일이 안 좋아진다는 점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암부 계조는 손을 대어야 할 항목이다.
현재 진행 중인 3D 방송의 전송 규격과 보조를 맞추어 인터페이스가 호환되지 않는 불상사를 막는 것은 삼성을 비롯한 모든 가전사들이 신경 써야 할 가장 큰 과제다. 그렇다고 해서 손쉽게 'Single Stream' 방식으로 방송 규격을 만들자고 주장해서는 또 안 될 것이다. HD TV든 3D TV든 더 좋은 양질의 방송을 보자는 것이 목적인데, 아무리 호환성, 역호환성을 따지더라도 주객전도(主客顚倒)가 되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글/ 최원태 AV 평론가
진행/ 미디어잇 이상훈 기자 tearhunter@it.co.kr
촬영/ 김광국 atrofoss80@danawa.com
편집/ 미디어잇 신성철 기자 multic00@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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